[인천공항=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이중국적은 거부할 수 없는 지구촌 축구 흐름이다. 글로벌 시대, 한국 축구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에는 외국 태생 혼혈인 옌스 카스트로프(23·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가 최초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K리그에도 피부색은 다르지만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뛰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K리그 역대 2번째 혼혈 골키퍼가 등장할 태세다. 주인공은 부산 아이파크의 대형 유망주 송안톤(19)이다. 안톤은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성에, 이름은 러시아에서도, 한국에서도 부르기 쉬운 안톤으로 정했다.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한국으로 넘어왔다.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영락없는 '토종 한국인'이다.
안톤이 다른 K리그 혼혈 유망주들과 차별화된 것은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라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축구 선수의 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알 나스르)를 보면서 키웠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호날두 보고 축구를 시작했다"고 웃었다. 다만 생각을 바꾼 선수는 또 있었다. 독일의 전설 마누엘 노이어(40·바이에른 뮌헨)다. "원래 공격수와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 노이어를 보고 골키퍼라는 포지션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노이어를 봐서 더 모험적인 플레이를 많이 한다." 최근에는 아스널 주전 수문장인 다비드 라야(31)를 롤모델 삼아 '열공' 중이다.
노이어의 영향을 받은 안톤은 현대적인 골키퍼로 성장했다. 골대에만 서 있는 골키퍼가 아닌 팀플레이에도 관여하는 걸 추구한다. 안톤은 "공격적인 골키퍼다. 모험 많이 하고, 도전해 보고 싶다. 실수하면서 배운다. 리스크를 안더라도 더 많이 공격적으로 플레이한다. 단점을 보완하고 성장하면 현대 축구에 최적화된 선수가 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부산에서도 기대가 크다. 지난 시즌 안톤은 동기들과 함께 부산 유스인 개성고등학교의 3관왕을 이끈 주역이다. 당장 프로 데뷔는 어렵겠지만 안톤은 2026시즌을 성장의 시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는 "기회를 받는다면 플레이스타일을 보여주고, 내가 누구인지를 각인시키고 싶다"며 "제일 가까운 목표는 202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출전이다. 거대한 꿈은 바이에른과 노이어의 팬이라서 그곳에서 한 번이라도 뛰어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 축구선수로서 갖고 있는 또 하나의 꿈은 국가대표로 월드컵에 출전한 것이다. 안톤은 "친구들이랑 자주 표현하는 건데 심장이 끓어오를 것 같다. 가끔 월드컵 나가서 애국가 부르는 상상도 한다. 뭉클해지는 느낌이다. 그런 날이 오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안톤은 5일 부산의 동계 전지훈련지인 태국 치앙마이로 떠났다. 꿈을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
인천공항=김대식 기자 rlaeotlr2024@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