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이 대통령 국빈 방문 기념 환영식에 나와 꽃을 들고 환영하는 어린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이정연 | 베이징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월 정상외교’가 여느 때와 달리 활발하다. 그는 이번 달 적어도 국가 정상 3명을 초청해 베이징에서 만난다.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과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가 각각 국빈 방문, 공식 방문으로 중국을 찾았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14일부터 방중한다.
시진핑의 1월 외교 일정은 올해 대외 전략의 방향과 의도를 드러낸다. 한국, 아일랜드, 캐나다 정상의 방문이 이 시기 집중됐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미-중 경쟁이 단기간 이벤트가 아닌 장기화·구조화하는 국면에 접어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 행정부가 국제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시 주석은 연속 정상외교를 통해 중국 외교의 활동 공간을 재조정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이는 선택과 우선순위가 뚜렷한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이번 초청 대상의 면면과 시점은 상징성이 크다. 시 주석은 관계가 불편했거나 전략적 가치가 큰 국가들을 비슷한 시기에 베이징으로 초청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전 정권 시기 안보·가치 외교를 둘러싼 갈등으로 냉각됐던 한-중 관계를 재조정, 전면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마틴 총리의 방중은 올해 하반기부터 아일랜드가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기 전 이뤄졌다. 중국은 유럽과의 관계 관리에서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카니 총리 역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체포 사건이 있고 장기간 경색됐던 캐나다-중국 관계 속에서 방중이 성사됐다. 캐나다 정상의 방중은 2017년 이후 8년여 만이다. 시 주석이 이들 국가 정상을 잇달아 베이징으로 불러들였다는 점은,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이나 미국에 가까운 서방 국가라도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관계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이번 정상외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먼저 중국은 미국과의 정면충돌을 관리하면서도, 미국에 가까운 나라들과 정상 간 전략적 소통을 통해 진영 대립의 구도를 완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과 가능성을 내세워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낮추고, 공급망·무역·투자 등 영역에서 안정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더불어 중국이 주요국 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워가고 있음을 대내외에 인식시키는 정치적 효과도 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에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한-중 관계의 회복, 나아가 상호 신뢰의 강화 의지를 확인했다. 이는 양국 관계가 여러 난제 속에서도 쉽게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여기에 경제·기술 협력, 인문 교류의 복원 등은 한국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위험도 분명하다. 중국은 끊임없이 한국을 향해 미국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는지를 시험하려 들 것이다. 자칫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면, 대외 전략에 새로운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한국은 관계 복원의 손짓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한-중 관계가 어떤 선택을 강요하는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 한·중 정상의 만남은 중국이 문을 활짝 연 것이 아니라, 문을 빼꼼히 열고 상대 반응을 살피는 과정에 가깝다.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시기, 열린 문으로 호재만 흘러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나 기회와 위험은 함께 온다.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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