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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증거 확보도 않고 “피해자 고소 없으면 종결”···경찰, 쿠팡 산재 ‘봐주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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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증거 확보도 않고 “피해자 고소 없으면 종결”···경찰, 쿠팡 산재 ‘봐주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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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고양물류센터 지게차 깔림 사고
쿠팡 내부 e메일 “경찰이 추가 고소 없게 해달라 해”
노동계 “경찰의 직무유기”…“부실수사 조사해야”
지난해 11월 새벽 근무 중이던 50대  노동자가 쓰려져 숨진 경기 광주시 쿠팡 경기광주 5물류센터에서 트럭들이 물류센터를 오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해 11월 새벽 근무 중이던 50대 노동자가 쓰려져 숨진 경기 광주시 쿠팡 경기광주 5물류센터에서 트럭들이 물류센터를 오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가 지게차에 깔려 다친 사건과 관련해 쿠팡 측이 경찰과 긴밀하게 소통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이 “피해자 측이 고소하지 않으면 종결하겠다”고 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경향신문이 8일 쿠팡의 전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 측을 통해 입수한 내부 e메일을 보면, 쿠팡은 2020년 10월 22일 경기도 고양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지게차 깔림 사고 직후 경찰 자료 협조 여부를 검토했다. 당시 50대 여성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다리를 절단해야 할 정도로 크게 다쳤다는 내용이 26일 MBC 보도를 통해 알려진 상황이었다. 물류센터가 내부 안전규정과 달리 안전관리요원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쿠팡 측은 2020년 10월 28일 ‘고양경찰서 협조 요청 사항 검토 요청’ e메일에서 “경찰이 폐쇄회로(CC)TV 영상 열람 및 사본을 요청했다”고 했다. 경찰은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한 고소나 신고 사건이 아닌 사고 발생 당시에 대한 조사를 하는 차원”이라며 “MBC 보도를 통해 사고 발생 사실을 알게 돼 조사를 필히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처음부터 적극적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첨부된 수사 협조 의뢰서에는 ‘업무상과실치상 관련’이라고 혐의가 명시됐다.

다음 날 쿠팡 측은 “고양경찰서와 협의를 완료했다”며 ‘담당자들 입회하에 CCTV 영상 재생 및 필요한 부분 사본 추출’ ‘사고 현장 방문을 하며 둘러는 보되 사진 직접 촬영은 불가: 필요한 사진은 고양물류센터에서 준비해 최소한으로 제공’ 하기로 했다고 내부에 보고했다. 통상적으로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데, 쿠팡 측이 제공하는 최소한의 자료만 받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이후 10월 30일 경찰이 물류센터를 방문힌 직후 오간 e메일에선 경찰이 쿠팡의 요구를 언급하며 수사를 마무리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쿠팡이 보고한 ‘경찰 면담 및 리뷰’에 따르면 경찰 측은 “앞으로 1개월 정도는 지켜볼 예정”이라며 “피해직원 쪽에서 과실치상에 대한 형사 고소와 노동부에 산업안전보건법상 고소를 하지 않을 경우 종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쿠팡 측에 세심하게 피해직원 가족들과 소통해 추가 고소·고발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사건이 보도된 지 불과 나흘째였다.

결국 사건은 형사처벌 없이 마무리됐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며 “현장까지 가 놓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도 “쿠팡에서 산재가 반복되는 이유가 이런 부실수사 때문”이라며 “경찰 출신이 쿠팡 대관으로 많이 가는 만큼 로비가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경찰은 경향신문에 “당시 피해자가 경찰에 출석하지 않았고, 필요하면 고소하겠다고 해서 내사 중지했다”며 “쿠팡 측과 따로 만나 상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쿠팡 측은 경찰 측과 수사 관련 소통을 했는지 묻는 경향신문의 입장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김남희 기자 nam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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