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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서 미숫가루 만들다 다친 조리사…안전관리 못한 영양교사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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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서 미숫가루 만들다 다친 조리사…안전관리 못한 영양교사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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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20일 서울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가 식판을 세척하고 있다.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2024년 6월20일 서울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가 식판을 세척하고 있다.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최근 경기 화성시의 한 영양교사가 학교 급식실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교육계에서 급식실 안전관리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학교 급식실에 전면 적용된 뒤, 안전 책임 주체를 둘러싼 혼선이 형사 책임 문제로까지 이어져서다.



8일 경기 지역 교원단체와 경기도교육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기 화성시 동탄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는 영양교사 ㄱ씨는 지난해 12월25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화성동탄경찰서는 ㄱ씨가 지난해 7월9일 학교 급식실에서 발생한 조리실무사 ㄴ씨의 부상 사고와 관련해 조리기계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영양교사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따져 물은 것이다. 사고 당일 ㄴ씨는 미숫가루를 만들기 위해 핸드믹서기를 사용하다 손가락이 베여 봉합 치료를 받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최근 급식실에서 일어난 사고로 영양교사가 검찰에 송치된 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교조 제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최근 급식실에서 일어난 사고로 영양교사가 검찰에 송치된 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교조 제공


교원단체들은 이번 송치가 급식실 내 안전 사고 책임을 영양교사가 온전히 떠안게 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반발하는 중이다. 이들은 영양교사가 조리실무사에 대한 채용 등의 권한도 없고 안전 전문 인력도 아니라는 이유에서 안전관리 책임을 맡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안전 전문 인력도, 사용자도 아닌 영양교사에게 기계 결함과 작업자의 순간적 부주의까지 무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국가가 자행하는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경기교사노조는 “앞으로 학교 내 교육 활동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담당 교사의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급식실 안전관리를 영양교사에게 맡기는 것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김지예 충북 옥산초 영양교사는 “영양교사는 식품 위생의 전문가이지만 산업안전관리에 대한 전문성은 충분하지 않다”며 “안전 업무는 전문 위탁업체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교사가 안전관리 책임을 맡게 된 건 개정 산안법 시행령이 적용된 2020년으로 거슬러 간다. 교육당국은 여느 일터와 마찬가지로 급식실에도 안전관리 책임자를 지정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이에 다수 교육청은 학교장을 안전관리 감독자로 지정하라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르되, 영양교사를 관리감독자인 학교장을 보조하는 업무담당자로 지정했다.



이들 교육청은 영양교사가 안전관리 업무를 분담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본다. 안전관리 감독 업무를 외부에 맡기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해서 해당 업무를 교사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산안법상 사업장 단위를 시도교육청이 아닌 각 학교로 조정하고 학교장과 영양교사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노동부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안전관리 책임을 두고 유사한 논란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산안법 소관 부처인) 노동부와 함께 근본적 대안을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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