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 AI] 고가 장비 대신 '스마트폰'으로 승부
확장현실(XR) 기술 기업 딥파인(DEEP.FINE)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기존 건설·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에 주력하던 것에서 나아가, 유통(Retail)과 물류(Logistics) 등 일상과 밀접한 상업 공간으로 사업 영역을 전격 확장한 것이다.
7일(현지시간) 현장에서 <디지털데일리>와 만난 김현배 딥파인 대표는 이번 확장이 단순한 분야 변경이 아닌, '공간을 이해하는 AI'의 보편성을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 "산업 현장서 쌓은 확신, 유통·물류서 꽃피운다"
김 대표는 유통·물류 분야 진출 배경에 대해 "지난 몇 년간 산업 현장에서 DAO(DEEP.FINE AR.ON)를 통해 작업자의 안전과 효율을 높이며 확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간을 이해하고 사람의 행동과 절차를 연결하는 AI 기술은 산업을 가리지 않고 동일하게 작동한다"며 "특히 유통과 물류는 작업자의 이동 경로, 상품 위치, 작업 순서가 곧 비용과 생산성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우리 기술이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 정비·유지보수(MRO) 영역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둔 기술 검증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이번 CES는 딥파인이 특정 산업용 XR 기업을 넘어, 운영 효율이 필요한 모든 공간으로 확장 가능한 '공간 컴퓨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정의했다.
◆ 고가 장비 대신 '스마트폰'… 북미 시장의 '실용주의' 뚫는다
딥파인이 이번 전시에서 전면에 내세운 핵심 무기는 스마트폰 카메라 기반의 공간 구축 기술인 'DSC(DEEP.FINE Spatial Crafter)'다. 경쟁사들이 정밀한 디지털 트윈을 위해 고가의 라이다(LiDAR) 장비와 긴 구축 시간을 소요하는 것과 차별화했다.
김 대표는 "북미 시장은 비용 효율과 투자수익률(ROI)을 매우 중시한다"며 "한두 개의 공간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보다 수십, 수백 개의 매장을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운영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딥파인의 DSC는 별도 장비 없이 현장 담당자가 스마트폰으로 공간을 스캔해 즉시 디지털 트윈을 생성할 수 있어 확장성과 비용 측면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강조하는 "화면을 넘기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면 AI가 알아서 보여주는 시대"의 기반에는 VPS(Visual Positioning System) 기술이 있다. GPS가 닿지 않는 실내나 대형 선박, 공장 등에서도 카메라만으로 수 센티미터 수준의 정확한 위치 인식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현재 딥파인의 VPS는 공간 구조와 시각적 특징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고도화됐다"며 "향후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와 결합해 통신 환경이 열악한 현장에서도 단말기 자체 연산만으로 실시간 공간 분석과 가이드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성형 AI의 물리적 적용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현재 DSC가 공간의 구조와 객체 위치를 디지털화해 AI의 활동 기반을 닦는 단계라면, 앞으로는 AI가 현장의 비효율을 먼저 찾아내고 설계를 제안하는 수준으로 진화한다.
김 대표는 "이미 산업 현장에서는 비전 AI가 작업 누락이나 이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개입하고 있다"며 "생성형 AI가 모든 결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먼저 짚어주고 선택을 돕는 신뢰할 수 있는 운영 보조 도구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IPO보다 중요한 건 '반복 가능한 수익 모델'
기술 검증을 마친 딥파인의 다음 과제는 수익화다. 김 대표는 당장의 기업공개(IPO)보다는 안정적인 비즈니스 구조 확립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그는 "이번 CES를 기점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닌, 구독형(SaaS) 모델이나 플랫폼 연계 형태의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상장 이후에도 성장성을 증명할 수 있는 반복 매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하드웨어 전략에 대해서도 '공간 OS' 생태계라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HMD(Head Mounted Display) 보급 지연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스마트폰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공간 자체가 디지털화되면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글라스 등 어떤 디바이스든 그 위에서 자유롭게 연결된다"며 "하드웨어 변화와 무관하게 확장 가능한 공간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딥파인이 그리는 미래에 대해 "현실 세계의 완벽한 인덱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먼 훗날, 딥파인이 구축한 디지털 공간들이 축적되면 인류가 공간을 대하는 방식이 바뀔 것이다. 지금은 사람이 공간의 규칙을 외우고 적응해야 하지만, 미래에는 공간이 먼저 상황을 이해하고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게 될 것이다. 기술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세상, 그것이 딥파인이 꿈꾸는 공간 컴퓨팅의 최종장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CES 2026 특별취재팀 = 라스베이거스(미국) 김문기 부장·배태용·옥송이 기자·취재지원 최민지 팀장·고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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