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등 참석자들이 지난해 말 열린 '독자 AI파운데이션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국가 대표 AI(인공지능) 모델을 뽑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이하 독파모)' 프로젝트 참가사들을 둘러싼 기술 논란이 연이어 터졌다. 업스테이지에 이어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등 파운데이션 모델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프롬 스크래치(처음부터 모두 직접 설계·학습하는 방식)'다. 전문가들은 한국 고유의 독자 AI 모델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8일 IT 업계에 따르면 전날 네이버클라우드에 이어 이날 SKT 모델까지 '프롬 스크래치' 논란이 번졌다.
네이버(NAVER)는 이번 프로젝트에 텍스트·이미지·음성 등을 한번에 인식하는 '옴니모델'을 선보였다. 이중 핵심 모듈인 '비전 인코더'가 중국 알리바바 큐원 모델(Qwen2.5 ViT)을 미세조정해 차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코더는 AI의 눈과 귀 역할을 한다.
네이버는 이를 인정하면서 "글로벌 기술 생태계와의 호환성 및 전체 시스템의 효율화를 외해 전략적으로 채택했다"고 주장했다. 또 "학계에서 검증된 기술적 토대를 존중하되, 그 위에 한국적 문화 맥락을 인식할 수 있도록 추가 학습과 네이버의 최적화 기술을 더했다"고 부연했다.
SKT의 경우 핵심 아키텍처(구조)의 세부 설정값(파라미터)이 중국 딥시크 V3 모델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SKT는 글로벌 트렌드를 수용한 부분이 있지만 표절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항변했다. 앞서 업스테이지도 AI 모델 학습에 중국 모델 데이터를 차용했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공개 기술 검증회를 통해 해명하면서 일단락됐다.
네이버 모델 이미지 |
독파모 1차 심사 발표를 코 앞에 두고 모방 논란이 불거지면서 독자 기술을 뜻하는 '프롬 스크래치'의 기준에 관심이 쏠린다.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는 영어 관용어구로, 처음부터 다 만들었다는 뜻이다. AI 모델에서는 학습과 설계에서 자사만의 기술로 개발했는지 여부를 따진다.
박찬준 숭실대학교 교수는 "프롬 스크래치에 대해 글로벌 기준이 명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기술자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규칙은 있다. 학습된 '가중치'를 안 가져다쓰고 완전히 초기화된 상태에서 학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중치'는 AI 모델에 정보의 중요도를 달리 반영하는 것으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도록 돕는 장치다. 국가, 문화에 따라 같은 정보여도 중요시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어 AI 모델의 차별화 요소가 된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비전 인코더'를 차용한데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인코더에 이미 타 회사의 '가중치'가 세팅된 상태에서 미세조정한만큼 독자 기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SKT의 아키텍처 유사성에 대해서는 '표준화된 골격'에 대한 글로벌 합의가 있는 만큼 큰 이슈가 아니라고 봤다.
박 교수는 "옴니모델을 만들 때 비전 인코더나 음성 인코더 차용을 많이 하는 것은 사실인데, 독파모 프로젝트라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네이버가 자체 기술력이 있지만 시간이 부족해 이런 선택을 한 것 같은데, 국가 프로젝트라는 차원에서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고려대 AI 연구소 교수 역시 "학계에서는 프롬 스크래치에 대해 가중치가 초기화돼 있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이 있고 그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네이버의 독자기술 논란이 1차 심사 탈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 교수는 "자립 기술로 산업의 AX(AI 전환)을 하자고 한 취지에 맞는 지는 고려해볼 부분이 있다"면서도 "정부가 프로젝트 공모를 할 때 프롬 스크래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했지만, 강제조항은 아니었던 것 같아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교수 역시 "계약 관점에서 볼 때 국가대표 AI 공고시 프롬 스크래치에 대한 조건이 없어 책임을 묻긴 어렵지만, 정부 예산을 들여 국대 AI를 개발하는데 외산 AI 기술을 썼기 때문에 정성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1차 심사 때 진통이 커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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