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뉴스타파 언론사 이미지

'집사'된 보좌진들... 김병기 배우자 병원 수행 '현장 포착'

뉴스타파
원문보기

'집사'된 보좌진들... 김병기 배우자 병원 수행 '현장 포착'

서울맑음 / -3.9 °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배우자 이 모 씨가 자신의 병원 진료에 국회 보좌 직원들을 사적으로 동원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지난달 뉴스타파는 김병기 의원실 소속 보좌 직원들이 배우자 이 씨를 수행해 병원을 방문하고, 진료비 수납을 도와준 현장을 포착했다. 국민 세금을 받는 보좌 직원들이 공적 업무도 아닌 국회의원 배우자의 개인 일정까지 챙겨 온 것이다.

앞서 뉴스타파는 김 의원의 전 보좌 직원들이 차남의 대학 편입 업무나 집들이 등 가족 관련 사적인 일들에 동원돼 온 사실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사적 동원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최근까지도 보좌 직원들이 배우자 이 씨의 수발을 든 현장이 확인돼 '거짓 해명' 의혹도 함께 제기된다.

비서관 차에서 내린 '사모님'... 김병기 보좌진 2명이 병원 방문 동행
지난달 23일 오후 2시쯤, 김 의원의 배우자 이 씨는 서울 동작구에 있는 보라매병원을 찾았다. 이 씨는 김병기 의원실 소속 8급(현재 9급) 비서관 김 모 씨의 차를 타고 보라매병원에 들어섰다. 운전은 김 씨가 했다. 병원 후문 앞에 다다르자 김 씨가 차를 세웠고, 이 씨는 차에서 내렸다. 김 씨는 함께 내리지 않고, 주차를 하러 갔다.

이후 이 씨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 진료를 받기 위해 3층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진료실 앞 의자에 앉았다. 개인 진료를 위한 방문으로 국회 입법 활동이나 지역구 의정 활동과는 무관했다. 하지만 이 씨는 운전기사이자 집사와 다름없는 비서관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방문했다.

얼마 뒤, 주차를 마친 8급 비서관 김 씨가 3층 대기실로 와 이 씨 옆에 앉았다. 오후 2시 10분쯤, 이번에는 검은색 외투를 입은 한 남성이 병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병기 의원실 소속 4급 보좌관 김 모 씨였다. 병원에 도착한 김 씨는 역시 이 씨에게 다가가 깍듯이 인사했고, 이후 이 씨 옆에 앉았다.

2시 20분쯤, 대기실에 사람이 많아지자 이를 의식한 듯 이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기실 구석으로 향했다. 두 보좌진도 함께 자리를 옮겼고, 이후 셋은 대기실 구석 자리에서 약 30분간 이 씨의 진료 순서를 기다렸다.



지난달 23일, 개인 진료차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배우자 이 모 씨(3개 동그라미 중 맨 오른쪽)의 모습. 김병기 의원실 소속 4급 보좌관 김 모 씨(맨 왼쪽)와 8급 비서관 김 모 씨(가운데)가 이 씨를 수행했다.


2시 50분쯤, 이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진료실 앞으로 향했다. 그러자 두 보좌진도 함께 일어났고, 이 씨가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 씨 뒤에 서 있었다.

3시쯤, 진료가 끝난 이 씨가 병원비 수납 키오스크로 향했다. 그 뒤를 8급 비서관 김 씨가 따라 붙어 병원비 수납을 도왔고, 4급 보좌관 김 씨는 그 주변을 배회했다.

이후 이 씨는 두 보좌진을 대동한 채 병원을 나섰다.



지난달 23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배우자 이 모 씨(오른쪽 동그라미)가 키오스크에서 병원비를 수납하는 모습. 김병기 의원실 소속 8급 비서관 김 모 씨(왼쪽 동그라미)가 이 씨를 돕고 있다.


전 보좌진 "김병기 가족 일에 일상적으로 동원"
그동안 뉴스타파는 김 의원이 일상적으로 소속 보좌 직원들을 동원해 가족의 사적 용무를 챙기게 한 사실을 연속 보도했다. 뉴스타파와 인터뷰한 전 보좌진 A씨는 "김 의원이 차남의 대학 편입을 위한 정보 수집, 서류 작성 등을 나를 포함해 여러 보좌진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김병기 전 보좌직원 인터뷰① "의원이 아들 편입 방법 찾으라 지시")

차남의 숭실대 편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A씨는 "김병기 의원은 평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고, 공무원 신분인 보좌진들에게 아내 이 씨의 수발은 물론 그 자녀들에 대한 수발까지 시키는 등 개인적이고 은밀한 일에 보좌진을 늘 동원했다"고 진술했다. (관련 기사 : 김병기 전 보좌직원, 경찰에 진술서 제출..."의무 없는 일 강요")

또 다른 전직 보좌 직원인 B씨는 "김 의원은 참석도 안 하는 지역구 일정인데, 배우자 이 씨가 간다는 이유로 보좌진이 현장에 가서 이 씨의 사진을 찍어야 했다"며 "SNS에 사진을 올릴 때는 이 씨의 얼굴을 철저하게 보정해 올리라는 지시가 왔다"고 털어놨다. 실제 김 의원의 SNS에는 배우자 이 씨가 홀로 지역구 행사에 참석한 사진이 여럿 올라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어 B씨는 "이 씨가 '오늘 아들하고 술 마실 건데 여기로 오라'고 하면 가야 했다. 그래서 억지로 가서 술을 따르곤 했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4, 5개 의원실을 거치면서 의원 배우자와 관련된 일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김병기 의원실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배우자 쪽의 일을 더 숨기고 아예 드러내지 않거나... 배우자의 얼굴, 목소리도 들어보지 않았다. 김병기 의원실처럼 이렇게 거의 배우자를 전담하고, 배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챙기는 곳은 국회에 있는 8년 동안 처음이었다.
- B씨 / 김병기 의원 전 보좌 직원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왼쪽)과 배우자 이 모 씨(오른쪽).


사과 없는 김병기... 배우자 '묵묵부답'
김 의원은 이러한 전 보좌진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언론에 허위 사실을 제보했다며 지난해 7월에는 법적 조치를 예고하는 내용 증명까지 보냈다. (관련 기사 : 김병기, 전 보좌 직원들에 내용증명... "입막음 협박이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병원에서 확인한 두 보좌진은 마치 '집사'처럼, 배우자 이 씨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며 이 씨의 개인 일정을 챙겼다. '사적 동원이 없었다'는 김 의원의 주장이 거짓일 수밖에 없는 증거다.

지난 5일 김 의원은 뉴스토마토의 유튜브 방송에 나와 "(보좌진과) 오해가 쌓인 것"이라며 "보좌진과 가까운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보좌진 사적 동원, 취업 불이익 등 사적 보복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뉴스타파는 배우자 이 씨의 병원 진료에 동행한 4급 보좌관 김 씨에게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김 씨는 병원에 간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이런 전화는 받기가 싫다"며 "내가 그런 적이 없는데 누가 그렇게 얘기하느냐"고 물었다.

8급 비서관 김 씨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지역 행사나 경조사에 사모님과 함께 방문하는 것이 주요 업무 중 하나이고, 일정 중 잠시 짬을 내어 병원에 다녀오는 경우도 있다"며 "만약 내가 병원에 가거나 개인 용무를 볼 때, 사모님이 함께 가면 그건 사모님이 나를 수행한 것이냐"고 주장했다. 동시에 "공무원의 신분을 떠나 인간적으로 좋아하고, 나와 가까운 분과 같이 다니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배우자 이 씨의 입장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하고, 문자도 보냈다. 이 씨는 답하지 않았다. 김 의원 측은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