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차남이 자신의 미국 대학 휴학 연장 신청과 간단한 영작문 첨삭까지 김 의원의 보좌진에게 부탁했던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 의원 가족의 사적인 업무에 공무원인 보좌 직원이 동원된 추가 정황이다. 김 의원의 차남은 이른바 '숭실대 편입 및 중소기업 특혜 의혹'의 당사자다. (관련 기사 하단)
앞서 지난해 9월 뉴스타파는 김 의원의 차남이 2023년 숭실대 계약학과의 분과인 혁신경영학과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취업과 등록금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김 의원은 의혹을 부인하며 해당 중소기업이 차남의 '유창한 영어 구사능력'을 보고 협상을 거쳐 차남을 채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이 뉴스타파를 상대로 제기한 10억원 대 민사소송 소장에 적혀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보좌 직원이 김 의원 차남의 영작문을 직접 검토하고, 휴학 관련 서류 작성을 도와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 의원의 기존 해명에 의문이 제기된다.
김병기 차남, '대학 휴학 관련 이메일' 보좌 직원에게 전송
뉴스타파는 지난 2022년 김 의원 차남이 전직 보좌 직원 A씨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내역을 입수했다. 이 대화는 차남 김 씨의 "안녕하세요, OOO 비서관님"이라는 인사로 시작한다. 시점은 2022년 8월로, 김 씨가 미국 켄터키대학교를 휴학하고 국내 대학 재편입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당시 휴학 중이었던 김 씨는 A씨에게 자신이 미국 켄터키대학 측과 나눈 이메일을 캡쳐해서 보낸다. 미국 대학의 휴학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A 씨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다.
이메일에는 김 씨가 미국 대학 측에 '얼마나 휴학 연장을 할 수 있는지'를 묻고, 답변을 받은 내용이 적혀 있다. ▲김 씨가 미국 켄터키대학 측에 "휴학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I want to ask that how long can I take a leave of absence?"라고 묻고, ▲켄터키대학 측으로부터 서류 양식(Deferral form)을 받은 내용 등이다.
차남 김 씨가 미국 켄터키대학 측에 보낸 이메일. 김 씨는 미국 대학과 나눈 이메일을 보좌 직원 A씨에게 보냈다.
차남 김 씨의 메시지는 계속 이어졌다. 그는 A씨에게 "Deferral form(휴학 신청 양식)을 제출하면 accept(수락)이 안 될 수도 있는지, 어떠한 불이익 issue(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defer(휴학)이 안 되면 퇴학하게 되는지도 (궁금하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이 대학 측에 문의해도 될 사안을 A씨에게 물었던 것이다.
차남 김 씨가 대학 휴학 연장 신청서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보좌 직원 A씨에게 말하고 있다.
차남 김 씨가 보좌 직원인 A씨에게 묻는 내용. 자신이 대학 측에 문의해도 될 사안을 A씨에게 묻고 있다.
차남 영어 문법도 수정해준 보좌 직원
다음날에도 텔레그램 메시지는 이어졌다. 이튿날 오후, 김 씨는 A씨에게 "아침에 일 끝나고 잠시 써본 영작"이라며 자신이 쓴 세 문장의 짧은 영작문을 보냈다. "My grandmother, 84-year-old, raised me since childhood and she is very sick from her age and illness(어릴 적부터 키워주신 84세의 할머니가 지병과 노환으로 아프다는 의미)"로 시작되는 영작문이었다. 이 글에는 가족 상황 때문에 자신이 할머니를 돌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취지의 문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학 휴학 신청을 위한 영작문으로 보인다.
A씨는 잠시 뒤 해당 영작문의 문법 오류 등을 수정해 다시 차남 김 씨에게 전송했다. "Even I am the only one who can care her"라고 되어 있는 문장을, "I'm the only one who can take care of her" 형태로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어색한 영어식 표현을 매끄럽게 다듬기도 했다.
차남 김 씨가 작성한 짧은 영작문을, 김병기 의원실 전직 보좌 직원 A씨가 수정해 회신했다.
차남 김 씨가 작성한 짧은 영작문을, 김병기 의원실 전직 보좌 직원 A씨가 수정해 회신했다.
A씨는 앞서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의원님이 차남을) 도와주라고 했다. (차남이) 휴학을 해야되는데, 좀 복잡한 것 같으니 자네가 알아보고 도와주라고 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휴학 신청을 할 때 쓸 수 있는 표현으로 (영어 문장을) 다듬은 다음에, 차남에게 직접 보내줬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보좌 직원 A씨가 의원 차남의 서너 줄에 불과한 영어 작문까지 첨삭해준 것이다.
휴학 신청 후 숭실대 편입... 차남 학업에 보좌 직원 동원
뉴스타파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원의 차남 김 씨는 2014년 말레이시아 소재 헬프 대학교에 입학한 뒤 2017년 미국 켄터키대학교에 편입했다. 그후 2021년 봄학기까지 켄터키대학교의 학사 과정을 이수했고, 같은해 가을학기부터 휴학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보좌 직원들에게 차남의 대학 편입처를 찾으라고 지시하기 시작했던 건 같은 해 말부터다. 김 의원의 전직 보좌 직원 B씨는 앞서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21년 말부터 (김 의원이) '아들이 한국 대학에 편입을 해야 된다. 편입하는 방법을 알아봐라. 근데 토익 시험은 칠 수 없다. 토익 점수 없이 편입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지시는 곧 산업체 특별전형인 '계약학과'를 알아보라는 지시로 이어졌고, 2022년 4월 김병기 의원실의 보좌 직원이 숭실대에 방문해 계약학과에 대해 알아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무렵(2022년 4~5월경) 차남 김 씨는 계약학과 진학의 필수 조건인 '기업체 근무 개월수'를 채우기 위해 한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그 결과, 미국 대학에 다닐 수 없게 된 김 씨는 휴학 연장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보좌 직원 A씨는 미국 대학에 제출할 영작문을 돕고, 차남의 휴학 신청 관련 상담에 응했다. 김 씨는 이후 2023년 봄학기 숭실대 혁신경영학과로 재편입에 성공했다.
뉴스타파는 김 의원에게 △왜 보좌직원이 차남의 대학 휴학 연장 신청과 영작문 같은 사적인 일을 도와야 했던 것인지, △국회의원 권한의 사적 남용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등을 물었다. 김 의원 측은 "언론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많이 보도되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며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내왔다.
※김병기 의원 차남 대학 편입 의혹 관련 뉴스타파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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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