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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소굴 '태자집단' 회장 천즈···중학교 중퇴 후 한 일이 [글로벌 왓]

서울경제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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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소굴 '태자집단' 회장 천즈···중학교 중퇴 후 한 일이 [글로벌 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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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대규모 스캠(온라인 사기) 범죄 단지의 배후로 지목된 프린스그룹(중국명 태자집단)의 천즈 회장이 체포돼 중국으로 송환되면서 십수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의 송환에 중국 현지에서는 그가 받게 될 처벌 수위와 더불어 어떻게 막대한 규모의 범죄 조직을 키웠는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내무부는 이날 낸 성명에서 캄보디아 당국이 천 회장과 쉬지량, 샤오지후 등 중국 국적자 3명을 체포해 중국으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내무부는 초국가 범죄 소탕을 위한 협력으로 지난 6일 체포 작전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천즈의 캄보디아 국적은 지난해 12월 국왕 칙령으로 박탈됐다고 덧붙였다.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천즈는 중국 동남부의 푸젠성 롄장현 샤오아오진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중학교를 중퇴한 뒤 외지로 나와 PC방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PC방을 근거지 삼아 동급생들을 모으고 사이버 공격과 불법 게임 서버 운영, 이용자 정보 거래 등을 통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때 벌어들인 수익금은 그가 이후 범죄조직을 불려나가는 데 밑천이 됐다.

천즈는 2009년 캄보디아로 건너간 것으로 전해진다. 처음에는 부동산 분야에 뛰어들어 지방 말단 관리들로부터 저가에 토지를 확보,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아파트를 건설하고 중국 동포들에게 임대하며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2014년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했고 이듬해인 2015년 프린스그룹을 설립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전 세계 평범한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세운 '검은돈 제국'의 시작이었다. 천 회장은 대외적으로는 '캄보디아의 미래에 투자한다'고 홍보하면서 부동산을 넘어 금융과 관광, 카지노 등으로 분야를 확장해 30여개국에서 사업을 벌였다. 미국 법무부 기소장에 따르면 천즈는 캄보디아 전역에서 최소 10개의 거점이 되는 사기 단지를 운영했다. 프린스그룹 범죄단지의 직원 규모가 5000명에서 1만 명에 이르고 사기 계정은 70만 개를 넘을 것으로 미국 법무부는 추산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의 사기 피해자들은 180억∼370억 달러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미국과 영국 정부가 프린스그룹과 천즈에 대한 제재에 나서면서 그의 제국은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다. 미국은 천 회장과 그의 사업에 연계된 약 140억 달러(약 20조3000억 원)의 비트코인을 압수했다. 영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지의 다른 자산들도 잇달아 압류됐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11월 프린스그룹과 천즈 회장을 포함한 개인 15명과 단체 132개를 독자 제재했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에서 장기 집권 중인 훈 센 가문의 비호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는 의혹이 짙다. 그러나 서방 국가가 본격적으로 그에 대한 제재에 나서면서 훈 센 가문은 선 긋기에 나섰다. 훈 센 상원의장의 대변인은 지난 7일(현지시간) "법을 위반한 사람은 누구든 신분·지위·직무를 막론하고 법의 제재를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천 회장이 미국에서도 기소됐으나 본국인 중국으로 송환되면서 중국 당국의 향후 대응 및 처벌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캄보디아에서 그를 중국으로 보낸 것은 정치권 결탁이나 인권 문제 등을 포함한 서방국가의 더 정밀한 조사를 피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버드대 아시아센터의 초국적 범죄 전문가인 제이콥 대니얼 심스 방문연구원은 캄보디아가 천 회장을 중국에 송환한 것에 대해 "가장 저항이 작은 길이었다"며 "서방의 정밀 조사를 무마하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미국이나 영국 법원이 아닌 곳에서 처리하려는 중국의 선호와도 부합한다"고 짚었다.

앞서 중국 법원은 지난해 9월 미얀마에서 대규모 스캠 범죄를 저지른 '밍 가문'의 주범 11명에게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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