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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장이 키운 소설…‘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인기 이유

이데일리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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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장이 키운 소설…‘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인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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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1위 차지
출간 이후 입소문 타며 관심↑
"문장이 남는다" 평가…사유의 확장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젊은 작가 스즈키 유이(25)의 첫 장편소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가 일본을 넘어 국내 독자도 사로잡았다.

7일 예스24에 따르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연말에 이어 새해 첫날까지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순항 중이다. 지난해 11월 출간 이후 입소문을 타며 판매 상위권을 유지하던 작품은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추천이 더해지며 대중적 관심이 본격화됐다.


첫 장편소설로 수상 영예

2001년생인 스즈키 유이는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나 현재 세이난가쿠인대 외국어학연구과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다. 연간 1000권의 책을 읽는 독서광으로 알려진 그는 어린 시절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언어와 진실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2024년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책이 필요한가’로 제10회 하야시 후미코 문학상 가작을 받으며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그의 두 번째 작품이자 첫 장편소설이다. 부모의 결혼기념일 식사 자리에서 홍차 티백에 적힌 문장을 본 경험에서 착안해 집필한 소설이다. 이 작품으로 2000년대생 작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제172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신인 작가의 작품임에도 고전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참신한 상상력이 동시에 주목받으며, 일본에서 출간 6일 만에 6만부의 판매를 기록했다.

스토리 따라가며 만나는 명언들

소설은 ‘괴테의 어원을 찾아간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일본의 독문학자 도이치 히로바 교수는 어느 날 찻잔 속 티백에서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괴테’라는 문구를 마주한다. 괴테 연구의 권위자인 그에게조차 낯선 문장이었기에 그는 출처를 좇기로 한다.

독일에서 누군가의 말을 ‘괴테가 말했다’고 붙이는 순간, 그 문장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설득력을 얻는다는 농담이 있다. 소설의 묘미는 이 지점을 파고들며, 인용이 어떻게 진실이 되고 이름이 어떻게 의미를 대신하는지를 유머와 통찰로 보여준다.


작품이 입소문을 타는 힘은 ‘명문장 효과’에 있다. 출처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독자는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파우스트)라는 구절이나, ‘사랑이 띠의 역할을 하지 않으면 결국 모든 것은 바벨탑일 뿐이다’(괴테) 같은 문장들을 연달아 마주한다.

명언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세 가지 유형으로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생각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요약형’, 기존 문장을 조금 바꿔 전해지는 ‘전승형’, 실제 발화자와 무관하게 유명인의 이름을 덧붙인 ‘위작형’으로 명언의 유형을 나눠 설명한다. 위작형의 대표 사례로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라”는 말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발언으로 굳어진 일화를 든다.

이 소설은 유명한 문장을 나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문장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출처가 불분명한 문장들이 ‘누가 말했다’는 이름 하나로 진리처럼 유통되는 과정을 짚으며, 우리가 무엇을 믿는지보다 왜 그 이름에 설득되는지를 묻는다. 소설을 덮은 뒤에도 여운보다 질문이 오래 남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