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개정 노조법 무력화 저지·시행령 폐기·원청교섭 쟁취 민주노총 확대간부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
고용노동부가 재입법예고할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원-하청 교섭을 위한 교섭단위 분리 때만 ‘노조 사이의 갈등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도록 규정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청노조의 상급단체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는 근거를 강화한 것이지만, 노동계에선 경영계의 요구만 반영한 개정안이라는 비판이 인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부는 이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차례로 만나 재입법예고할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설명했다. 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입법에 따라 하청노조가 원청사업주와 교섭할 때, 원청사업장 단위의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되, 하청노조는 원청노조와 교섭단위를 분리해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할 것이라 밝혀왔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교섭단위 분리 기준을 구체화하는 내용의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교섭창구단일화로 인해 원청·하청사업주가 어용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경영계에서는 ‘교섭단위 분리 기준이 지나치게 완화돼 기존 사업장 교섭단위도 손쉽게 분리될 수 있다’고 반대해왔다.
노동부가 이날 양대노총에 설명한 자료를 보면,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에서 하청노조 사이의 교섭단위를 분리할 때만 △노조간 이해관계의 공통 또는 유사성 △다른 노조에 의한 이익 대표의 적절성 △교섭단위 유지 때 노조간 갈등 유발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앞서 입법예고됐던 개정안에는 이와 같은 ‘노조 사이의 갈등’이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관행 등과 같은 수준에서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수준으로 규정돼있었다. 하지만 이를 ‘우선 고려 결정 사유’로 규정하면서, 하청 노조의 상급단체가 다르거나, 여러 노조 가운데 어용노조 시비가 있을 때 교섭 단위 분리를 좀더 쉽게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이는 경영계의 불만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기존엔 ‘노조 사이의 갈등’이 원-하청 교섭이 아닌 기업내 복수노조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어, 경영계는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기존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던 사무직노조-생산직노조 등의 교섭 단위 분리가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문제삼았었다.
원-하청 교섭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양대노총은 노동부의 수정안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에 제시된 수정안에 원-하청 교섭 때, 원청 사업장 단위 교섭창구 단일화가 필수적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 때문에 더욱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기존 노동위원회 판정과 법원 판결에 원-하청 교섭 때 교섭창구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본 사례가 없다”며 “창구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노동부의 해석에 불과한데, 시행령으로 인해 그 해석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노동계의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개정안이라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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