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2024년 12월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며 당시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장 대표는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했지만, 12·3 불법계엄의 위헌·위법성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언급하지 않아 ‘맹탕 사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 대표는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장 대표는 12·3 불법계엄에 대해 “우리 국민께 큰 혼란과 불편을 드렸다”며 “국정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이 점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다시 과거로 돌아가 국민과 당원들께 상처 드리는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3일 12·3 불법계엄 1년을 맞아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당내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자 장 대표는 연초에 당 기조를 변화하겠다고 예고해왔다.
다만 기자회견이 당 외연 확장과 장 대표의 리더십 회복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당내서 쇄신을 위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장 대표는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윤어게인 등 강경 보수층과의 단절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다.
장 대표는 12·3 불법계엄을 두고 “잘못된 수단”이라고 했지만 위헌·위법성 여부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도리어 “과거의 일들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라며 불법계엄 선포의 내란죄 성립 여부를 다퉈봐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을 했다.
12·3 불법계엄 당시 여당으로서 사과한 대목 역시 무엇을 사과한 것인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대표는 지난해 11월 대구에서 국민대회를 열고 12·3 불법계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이 모두가 결국 우리 당이 제대로 싸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불과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12·3 불법계엄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메시지를 내놓았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를 당론으로 반대하고 자당 출신 대통령이 두 번 연속 파면된 데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장 대표는 당 쇄신을 위해 당명 개정을 추진하고 6·3 지방선거 경선 룰의 당심 비율을 지역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하겠다고 했다. 또 지방선거 청년 의무 공천제를 도입하고 공개 오디션을 통해 2030세대를 당직에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매주 민생경제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약자동행위원회를 전국 당협에 설치하겠다고 했다.
당내 평가는 엇갈렸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초선 김재섭 의원은 국민의힘 내 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 단체 대화방에서 “대대적인 혁신안 발표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하나 마나 한 한가한 소리로 들릴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안과 미래는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은 재건축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지만, 오늘 장 대표의 혁신안은 내부 인테리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진정한 변화와 쇄신의 선결 조건은 윤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옹호해 온 정치 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의 명확한 절연”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당대표께서 잘못된 과거를 단호히 끊어내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적극 환영한다”고 적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장 대표의 고심 어린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친한동훈계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계엄은 잘못이며 탄핵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장 대표의 한 걸음을 응원하며 앞으로도 우리 당 모두 함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철 지난 사과, 옷만 갈아입는 혁신으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정치 과정 속에서 과거와의 단절이 실제로 확인되는지 냉정하게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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