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한파 속 집회서 80대 사망…집회 안전관리 공백 드러났다

머니투데이 최문혁기자
원문보기

한파 속 집회서 80대 사망…집회 안전관리 공백 드러났다

서울맑음 / -3.9 °
사진은 눈을 맞으며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눈을 맞으며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고령 집회 참가자들이 한파 속에서 숨지거나 쓰러지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 관리 공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1시10분쯤 서울 중구에서 진행된 '전국주일연합예배' 집회 현장에서 80대 남성이 의자에 앉아 고개를 떨군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남성은 CPR(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또 다른 70대 남성 A씨는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당시 한파에도 연일 이어진 집회에 참여하다가 한랭질환으로 입원했다. A씨는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회에 참여했다"며 "갑자기 체온이 40도까지 올라 병원에 2주 동안 입원했다"고 말했다.

고령 집회 참가자들이 한파 속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지만 현행 집시법상 기후 상황을 이유로 집회를 제한할 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집회 현장 질서를 유지하는 경비 경찰이 사고 가능성을 인지하더라도 집회 종료나 귀가를 강제할 수는 없다. 서울 내 경찰서 경비과에서 근무하는 B 경위는 "나이가 많은 집회 참여자는 날씨가 추워지면 갑자기 쓰려져 사고로 이어질까 아슬아슬하다"며 "항상 예의 주시하고 안전을 고려해 주최 측에 집회 시간 단축을 권유하기도 하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파 속 집회 안전 관리는 주최 측 안내에 의존하는 구조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집회를 주최한 사랑제일교회는 "방한용품을 따로 구비해두지는 않고 참여자들에게 방한용품 구비 등 주의사항을 공지하고 있다"며 "기존에도 집회 현장에 사설 구급차를 상시 대기시키는 등 응급상황 대비책은 갖추고 있었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파 대비책도 추가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늘어나는 집회에 한파 대비책 필요…"주최 측에 안전 관리 책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서 참여자들이 응원봉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서 참여자들이 응원봉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집회 자체가 10년 전보다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기후 상황에 대비한 안전 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개최된 집회 횟수는 8만8823건으로 10년 전인 2014년(4만4664건)과 비교하면 2배로 증가했다. 전년도와 비교해도 9406건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주최 측의 보다 체계적인 안전 관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헌법상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경찰이 기후 상황을 이유로 집회를 제한할 수는 없다"며 "주최 측에 전반적인 집회 안전 관리 책임이 있고 개인도 집회 당일 일기 예보를 확인하고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폭염이나 한파는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미치는 영향 차이가 크다. 이를 이유로 일괄적으로 집회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집회·시위의 자유를 존중하는 만큼 따르는 개인의 책임인 만큼 노인 스스로도 신경 써야 하지만 주최 측에서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최문혁 기자 cmh6214@mt.co.kr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