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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개 이중용도 카드 쥔 중국, 전략적 모호성으로 압박 지렛대 키웠다[뉴스깊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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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개 이중용도 카드 쥔 중국, 전략적 모호성으로 압박 지렛대 키웠다[뉴스깊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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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6일 일본에 대해 이중용도 물자 전면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일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진은 중국과 일본 국기.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6일 일본에 대해 이중용도 물자 전면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일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진은 중국과 일본 국기.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일본을 겨냥한 이중용도 품목 수출 전면 금지를 발표하면서 구체적 통제 범위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압박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2010년 희토류 수출 제한 사태의 학습 효과이자 이번 조치가 어디까지 확전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중국 상무부가 6일 발표한 대일 제재는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 과정에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던 조치와 닮은 듯 보이지만 대응 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당시 중국은 희토류 수출 할당량을 전년 대비 약 40% 줄이는 방식으로 물량을 직접 통제했고, 이는 즉각적인 공급 부족과 최대 10배에 달하는 가격 급등을 초래해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일본은 미국, 유럽연합(EU)과 공조해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문제 삼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중국은 2014년 패소 판정을 받았다.

반면 이번 조치에서 중국은 “일본 군사 사용자와 군사 용도, 또는 일본의 군사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기타 최종 사용자 용도의 모든 이중용도 물자”라는 포괄적 표현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품목 목록은 공개하지 않았다. 상무부가 공고한 2026년도 이중용도 물자 및 기술 수출 통제 목록에는 약 1100개 품목이 있으며, 사마륨·가돌리늄·테르븀·디스프로슘 등 최소 7종의 중희토류가 포함돼있다.

중국은 통제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의도적으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일본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이중용도 물품 규모가 연간 10조7000억엔(약 99조원)에 달하며 이는 2024년 기준 일본의 대중 전체 상품 수입의 약 42%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통제 대상이 특정 품목으로 한정되지 않은 만큼 일본 입장에서는 어떤 물자가 언제 제재 대상이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구조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일본 기업과 정부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중국에는 상황에 따라 압박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협상력을 제공한다. 컨설팅업체 테네오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핵심 산업 투입재가 앞으로도 계속 공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일본 내에 촉발함으로써, 이번 조치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양보를 압박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는 전략적 소재 의존성을 활용하면서도 행정 절차 뒤에 숨는 고도화된 경제적 통치술, 즉 ‘이코노믹 스테이트크래프트(economic statecraft)’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외교·안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명시적 제재로 인한 국제적 역풍을 피할 수 있는 출구를 남겨둔 방식이다. 수출 통제는 실제로 전면 시행될 때보다 ‘신뢰 가능한 위협’으로 존재할 때 지정학적 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컨설팅업체 디스커버리 알러트는 6일 보고서에서 효과적인 이중용도 통제의 특징으로 전면 금지 대신 허가 지연을 통한 행정적 마찰,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불안하게 만드는 비공개 제한 목록, 특정 최종 사용자나 용도에만 적용되는 선별적 집행, 지연-거부-전면 금지로 이어지는 단계적 확전 구조를 꼽았다. 이러한 방식은 즉각적인 경제 충격을 피하면서도 지속적인 압박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7일 중국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일부 희토류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허가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심사 강화가 검토되는 희토류의 구체적 범위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산업은 방위·자동차·전자·재생에너지 전반에 걸쳐 희토류 수입 의존도가 높다. 공급 차질 가능성이 커질 경우 일본 기업들은 생산 중단을 막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재고를 쌓거나 고비용 우회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결국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10년 넘는 다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희토류 수입의 약 6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희토류 의존도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다. 중국이 즉각적인 경제 충격과 국제적 반발은 피하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지속적인 압박 카드를 손에 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2010년과 같은 방식으로 희토류 수출을 3개월간 제한할 경우 일본 기업에 6600억엔(약 6조1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0.11%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 제한이 1년간 이어지면 GDP 감소폭은 0.4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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