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3~10% '박리다매' 현실
IP 주권 없인 '빛 좋은 개살구'
IP 주권 없인 '빛 좋은 개살구'
'오징어 게임 시즌 2' 월드 프리미어 이벤트 현장 연합뉴스 |
2016년 1월6일 넷플릭스의 한국 상륙은 '메기 효과'를 넘어 생태계 자체를 뒤엎은 '지각 변동'으로 이어졌다. 10년이 지난 지금, K콘텐츠는 전 세계가 열광하는 '주류'가 됐지만, 그 화려한 성적 이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우리는 '글로벌 콘텐츠 강국'이 된 것일까, 아니면 가성비 좋은 '고급 하청 기지'로 전락한 것일까.
1조 벌어도 수익은 '제로'…감당 못 할 '제작비 인플레이션'
가장 뼈아픈 대목은 '수익의 비대칭성'이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100% 지원하고 제작사에 3~10%의 마진을 보장한다. 대신 작품의 모든 지식재산(IP)을 독점한다. 흥행 실패의 리스크를 플랫폼이 지는 구조는 초기에 환영받았다. '오징어 게임' 같은 글로벌 히트작이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업계 추산 1조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이 작품에서 한국 제작사가 가져간 몫은 제작비와 소정의 관리비뿐이었다. 시즌이 거듭되고, 테마파크가 지어져도 추가 수익은 고스란히 넷플릭스의 몫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 컷 |
이러한 불균형 속에 닥친 '제작비 초인플레이션'은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됐다. 물론 비용 상승이 넷플릭스나 배우 탓만은 아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표준계약서 정착 등 현장 스태프의 처우 개선과 제작 환경 선진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높아진 '제작비 눈높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이 넷플릭스 같은 거대 글로벌 자본뿐이라는 점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방송사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고품질 드라마 제작을 포기하거나 축소할 수밖에 없다. 결국 '거대 자본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죽는다'는 생존 논리가 중소 제작사와 신인 창작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며 생태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알고리즘 편식'에 갇힌 K콘텐츠…'IP 주권' 회복이 살길
문화적 다양성의 실종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전 세계 동시 공개와 '몰아보기(Binge-watching)'를 선호하는 넷플릭스의 알고리즘 특성상, 자극적인 소재의 장르물(스릴러·크리처·디스토피아) 위주로 제작이 편중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을 다룬 멜로나 휴먼 드라마, 실험적인 저예산 작품들은 '글로벌 흥행 코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획 단계에서 배제되기 일쑤다. 이는 장기적으로 K콘텐츠의 저변을 약화하고, 피 튀기는 자극적 영상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 2 기자간담회 현장 연합뉴스 |
지난 10년이 K콘텐츠의 '가능성'을 증명한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실리'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싸움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 납품 형태의 계약에서 벗어나 제작사가 IP를 공유하거나 러닝 개런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계약 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차원에서 토종 플랫폼을 육성해 넷플릭스 독점 체제를 견제하고,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넷플릭스가 깔아준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것에만 취해, 정작 운전대를 빼앗기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경고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