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디지털자산기본법 조율 … 카드사, 상표 출원·PoC 등 선제 대응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핵심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 체계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중심의 단계적 허용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급결제 시장의 전통 강자인 카드사들은 대규모 TF를 재가동하며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금융위, '은행 중심 컨소시엄' 발행 우선 검토
7일 금융 업계와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의 주요 쟁점 조율 방안을 마련하고 국회 및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검토 중인 핵심 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 컨소시엄으로 우선 한정하는 방식이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은행이 지분 50%에 1주를 더한 과반을 보유한 컨소시엄에만 발행 권한을 부여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기술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를 위해 당국은 발행사를 위한 최소 자기자본을 50억원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은행이 발행 자회사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수 있도록 은행법 감독규정을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위는 지난 6일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지분 구조 등 주요 내용은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며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제도 설계 과정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 카드사 9곳, 2차 TF 가동 '본격 대응'
정부의 가이드라인 윤곽이 드러나는 가운데 국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NH농협)는 이달 중 여신금융협회를 중심으로 ‘2차 스테이블코인 TF’를 발족하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다.
카드업계는 지급결제가 카드사의 본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결제 시장에 안착할 경우 자사 인프라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31일 신년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가시화한 만큼 신용카드사 지급결제 인프라를 활용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TF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가맹점 대금 정산 프로세스에 실제 적용 가능한지를 검토하는 개념증명(PoC) 작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미 주요 카드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사의 명칭을 딴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며 법적 방어막을 구축해왔다.
국내 금융권이 이처럼 긴박하게 움직이는 배경에는 글로벌 카드사 비자의 파격적인 행보가 자리 잡고 있다. 비자는 이미 미국 내에서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의 USDC 스테이블코인 결제 서비스를 본격화하며 기존 결제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기존 은행망을 통할 경우 최대 5영업일이 소요되던 결제 주기를 블록체인 온체인 기술을 통해 주말과 공휴일 관계없이 24시간 실시간 정산이 가능하도록 탈바꿈시킨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해외 파트너에게 급여를 지급할 때 막대한 담보 예치금 없이도 실시간 환전과 정산을 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는 BC카드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협력하여 ‘베이스(Base)’ 체인 기반의 월렛에 QR 결제를 연동하는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히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외국인들이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을 국내 결제 환경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연동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지원 KB증권 디지털자산 애널리스트는 "이번달 정부의 디지털자산 기본법안이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주요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결제에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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