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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돈 안 받습니다’… 글로벌 기업들, 美 제재 피해 中 지분·의결권 제한 확산

조선비즈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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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돈 안 받습니다’… 글로벌 기업들, 美 제재 피해 中 지분·의결권 제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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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차이나 머니’를 앞다퉈 받아들이던 글로벌 기업들이 이제 중국 자본과 거리를 두고 연(連)을 끊는 디커넥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히 중국산 부품 사용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중국 기업 지분을 정리하거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 강도를 높이는 추세다.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 갈등이 심해지면서 미국 측 규제가 제품 원산지를 넘어 기업 지배구조와 자본 출처까지 겨냥하기 시작한 탓으로 풀이된다.

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 피렐리는 최근 최대주주 중국 시노켐과 결별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까지 동원하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시노켐은 피렐리 지분 37%를 보유하고 있다. 피렐리는 이 시노켐 보유 지분 때문에 미국 정부가 오는 3월부터 시행하는 ‘중국 연계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금지 조치’ 제재에 걸릴 처지다.

피렐리 전체 매출 중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주력으로 판매하는 프리미엄 타이어에는 첨단 독자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시노켐 지분을 근거로 피렐리 제품을 ‘중국 연계 부품’으로 분류할 경우, 피렐리는 연간 수조 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핵심 시장을 한순간에 잃게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시노켐이 스스로 지분 매각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최후 수단으로 시노켐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정지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는 국가 전략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기업 투자를 제한하거나 의결권을 정지할 수 있는 이른바 ‘골든 파워’ 법안을 운영하고 있다. 아돌포 우르소 이탈리아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피렐리가 국제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며 필요할 경우 법적으로 더 강한 개입을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에서도 중국 자본 지우기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중국 지본이 포함된 합작법인이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포드는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 건설 과정에서 중국 씨에이티엘(CATL)과 합작법인을 세우는 전통적 방식을 버렸다. 대신 포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씨에이티엘로부터 기술 라이선스만 제공받는 구조를 택했다. 중국 자본 유입을 원천 차단해 미국 정부 보조금을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역시 비상이 걸렸다. 폴스타는 중국 지리자동차 계열사다. 이 꼬리표 탓에 피렐리처럼 미국 커넥티드카 규제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폴스타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차량 내 소프트웨어와 주요 부품 공급망을 비중국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장 바꾸기 어려운 지분 구조를 건드리는 대신, 규제 당국이 문제 삼는 연결성 영역에서 중국 흔적을 지우는 방식으로 미국 판매 자격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자본이 투자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에 대해 사후 매각(디베스트) 명령을 잇따라 내렸다. 이미 끝 맺은 거래조차 소급해 무효화할 정도로 단호하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이달 자국 광통신 부품 업체 엠코어(Emcore)에 투자한 중국계 펀드에 사후 매각 명령을 권고했다. 사후 매각 명령은 돈을 주고 산 지분을 다시 팔라는 뜻이다. 위원회는 ‘중국 연계 자본이 엠코어 핵심 기술·공급망에 접근하면 국가안보에 위험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결정 이후 중국 자본이 관여된 기술 거래 전반에 대한 경계감은 급격히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한 번 중국 자본이 섞이면, 이미 끝난 거래도 나중에 뒤집힐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애초에 중국 투자를 거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정부도 미국 정부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영국은 국가안보·투자법을 이유로 중국계 기업 넥스페리아가 인수한 반도체 공장 ‘뉴포트 웨이퍼 팹’에 지분 86% 이상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수천억 원 가치를 지닌 자산을 국가안보라는 명분 아래 강제 정리 대상으로 삼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전면적인 탈(脫)중국이라기보다 전략적이고 선택적인 디커넥팅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중국 내 생산과 판매는 유지하되, 지배구조나 데이터 접근권처럼 민감한 영역에서 확실하게 관계를 끊는 방식이다. 이 같은 변화는 결국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을 상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자국 자본을 배척하는 움직임에 맞서 보복 조치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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