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용 배터리 수출 규모/그래픽=이지혜 |
지난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와 전기차용 배터리 수출이 함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현지 생산 전략을 택하며 수출이 감소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ESS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다른 시장에서 중국 기업에 주도권을 내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7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ESS 배터리 수출액은 23억9159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2024년 수출액 29억6697만 달러에 비해 19.4% 감소한 수치로 집계가 시작된 2022년부터 꾸준히 그려왔던 증가세가 고꾸라진 것이다. 같은 기간 전기차용 배터리 수출액 역시 11억6952만 달러에서 8억5969만 달러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처음으로 전기차용 배터리와 ESS 배터리 수출이 동반 감소세를 보이게 됐다.
호주, 인도 등 ESS 성장세가 높은 시장으로의 수출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1월 기준 호주로 수출된 ESS 배터리는 615만 달러 규모로 전년 동기 4023만 달러 대비 84.7% 줄었다. 인도로의 수출은 2928만 달러에서 2751만 달러로 6% 줄었다. 이외에도 친환경 정책이 확대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38.9%, 독일에서 10.7% 등의 감소세를 보였다.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 수출된 ESS용 배터리는 같은 기간 18억6636만 달러에서 17억2211만 달러로 7.7% 줄어들었다. 미국에서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중심으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이 본격화되며 수출이 감소한 반면 미국 외 지역의 수출 부진은 국산 배터리에 대한 수요 둔화로 해석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시장에 주력하는 사이 다른 지역에서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진 탓으로 읽힌다. 실제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ESS 시장은 CATL(37%)을 필두로 EVE(13%), BYD(9%), CALB(7%), 고션(6%) 등 중국 업체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6% 수준에 그친다. 2020년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이 55%에 달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그간 전기차 시장 둔화의 대안으로 꼽혀왔던 ESS 실적마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업계에는 당혹감이 감지된다. 특히 미국의 보조금 축소 여파로 전기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최근 국내 업계는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라 충격은 더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체결했던 14조원대 공급 계약이 보름 사이 취소됐다.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가 각각 GM과 테슬라에 납품하기로 했던 조 단위 계약 역시 대폭 축소됐다.
업계는 수요 회복의 변수로 자율주행 시장과 유럽 시장을 함께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 로보택시와 구글 웨이모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완전자율주행(FSD) 상용화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자율주행 시스템이 대용량 배터리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전기차 수요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유럽 역시 주요 국가들이 구매 보조금 정책을 재가동에 따라 지난해 전기차 수요가 20%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ESS만으로는 산업 전반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고 배터리 업계의 주요 물량은 여전히 전기차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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