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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베네수엘라에서 읽는 트럼프의 다음 수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강민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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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베네수엘라에서 읽는 트럼프의 다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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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단전·단수 지시' 이상민 다음달 12일 1심 선고
마두로 체포 뒤 숨은 '석유 계산'
AI 전력 수요가 부른 석유의 전략적 귀환
에너지 공급망으로 죄는 대중국 압박
"지정학·지경학 결합, 한국도 전략 바꿔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을 전후로 석유·군사력을 동시에 꺼내 들며 서반구 패권 메시지를 극대화했습니다. 사전 경고와 사후 연출이 맞물리면서 이번 작전의 본질이 '정권 교체'가 아니라 '에너지와 지정학'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사안은 군사 작전과 석유 전략, 메시지 정치가 한 몸처럼 움직인 사례로 읽힙니다. 정권 교체 이후를 염두에 둔 에너지 재편 구상과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경고를 겹쳐 쏘아 올린 셈입니다. 다만 트럼프의 '준비하라'는 신호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선언 이후에도 베네수엘라의 석유 시계는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20년 손실'이 만든 경계선

최근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체포 작전 약 한 달 전 미국 석유회사 임원에게 "준비하라(Get Ready)"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구체적인 작전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베네수엘라에 중대한 변화가 임박했음을 암시한 발언으로 해석되는데요. 외신은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개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석유'가 핵심 변수로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짚었죠.

베네수엘라는 확인된 원유 매장량이 3030억 배럴로 세계 1위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웃도는 자원 부국이죠. 하지만 급진 좌파 노선을 택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 마두로 대통령을 거치며 석유 산업 국유화를 강행, 생산 기반은 급격히 붕괴됐스비다. 한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세계 4위까지 올랐던 국가는 지난해 11월 기준 하루 평균 생산량이 86만 배럴로 떨어졌고요. 전 세계 일일 석유 소비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석유회사들이 베네수엘라에 재진입해 인프라를 재가동하면 상황을 단기간에 뒤집을 수 있다는 구상도 숨기지 않았는데요. 앞서 그는 지난 5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석유회사들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인프라를 다시 가동 상태로 만드는 데 18개월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작업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미국 석유회사들의 판단은 훨씬 신중합니다. 베네수엘라 내 유일하게 현지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셰브론조차 정치·치안 상황이 충분히 안정되기 전까지 새로운 자본 투입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과거 자산이 국유화됐던 엑손과 코노코필립스 역시 베네수엘라 재진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죠. 미국 정부가 그리는 '신속한 석유 인프라 재가동' 시나리오와 기업들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온도 차가 존재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간극이 일시적 판단이 아니라 구조적 제약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합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베네수엘라 원유의 성격 자체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점도가 높고 황 성분이 많은 중질유로, 일반 원유보다 정제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 부담도 크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미국 정유사들은 과거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안정적으로 들여오기 위해 이에 맞춘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해 왔다"며 "차베스 정권 출범 이후 석유 산업이 국유화되면서 이런 투자 자산이 사실상 묶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미국 석유회사들은 20년 가까이 투자 회수는커녕 손실을 감내해 왔고 이 경험이 베네수엘라 재투자에 대한 경계심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석유를 겨냥한 이유

트럼프의 '석유' 언급은 당장의 시장 상황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중장기 판을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입니다. 김 교수는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은 경기 둔화로 공급이 수요를 웃돌고 있다"며 "그럼에도 트럼프가 석유를 전면에 꺼내든 것은 향후 에너지 질서 변화를 보고 움직였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AI 산업이 핵심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김 교수는 "AI 산업을 키우려면 단기간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은 속도와 물량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며 "당분간 현실적인 해법은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은 유가가 낮지만 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경우 석유의 전략적 가치는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트럼프의 전략이 곧바로 공급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김 교수는 "베네수엘라의 중질유 특성에 더해 인력 이탈, 설비 붕괴 등으로 생산 기반 자체가 크게 훼손돼 있다"며 "정권 변화만으로 단기간 내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의 구상과 실제 시장 사이에는 분명한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설명입니다.

마두로 체포 당일 백악관이 공식 SNS에 올린 'FAFO' 이미지. 군사 작전과 메시지 정치를 결합한 강경 신호로 해석된다. /자료=백악관 SNS 캡처

마두로 체포 당일 백악관이 공식 SNS에 올린 'FAFO' 이미지. 군사 작전과 메시지 정치를 결합한 강경 신호로 해석된다. /자료=백악관 SNS 캡처


결국 전개에 대해선 베네수엘라 석유 카드가 당장 가격이나 공급 지형을 흔들기보다 에너지와 통상을 결합한 미국의 행동 방식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중국으로 향하던 흐름이 막히면 중국의 수요는 중동이나 캐나다 등 다른 산유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산유국의 협상력이 커지고 OPEC을 둘러싼 역학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에너지 수급에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결합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경우, 중동 국가들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죠.


마두로 체포 직후 백악관의 연출 역시 이런 전략적 계산을 뒷받침합니다. 백악관은 작전이 전개된 지난 3일 공식 엑스(X)와 인스타그램에 트럼프 대통령의 흑백 사진과 함께 'FAFO'라는 문구를 게시했습니다. '까불면 다친다(F**k Around and Find Out)'는 뜻의 미국식 속어로, 국익을 침해하는 세력에 대한 강경 대응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셈입니다.

백악관이 원본 사진의 배경을 의도적으로 잘라내고 트럼프의 인물만 부각해 게시한 점을 두고 "서반구 내 중국·러시아 영향력 차단을 염두에 둔 심리전"이라는 진단도 나옵니다. 해당 사진은 지난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했을 당시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에서 촬영된 장면입니다.

에너지의 정치화…한국 선택지는?

중국을 겨냥한 계산이 동시에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데요. 김 교수는 "베네수엘라 원유의 상당 부분이 그동안 중국으로 흘러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중국을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에너지 공급망을 압박하는 우회적 수단"이라며 "미국이 정면 충돌 대신 간접 차단 전략을 택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약 80%는 중국으로 수출돼 왔죠. 중국은 베네수엘라산 중질유에 맞춘 전용 정제 설비까지 구축할 정도로 높은 의존도를 보여 왔습니다.

이 같은 계산은 실제 움직임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신은 6일(현지시각) 미국과 베네수엘라 정부가 중국으로 향하던 베네수엘라 원유를 미국 정유사로 돌리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해군 함정을 동원해 원유 수출을 봉쇄, 현재 베네수엘라에는 수백만 배럴의 원유가 출하되지 못한 채 묶여 있는 상황입니다. 일각선 이 물량을 미국 전략비축유(SPR)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논의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경우, 중동 의존도가 낮아질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에너지 선택지가 넓어질수록 중동과의 관계에서도 미국 주도의 협상 구도가 더 강해질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질서뿐 아니라 통상 환경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변수"라고 말했습니다. 에너지 지배력은 산업 경쟁력과 직결, AI 산업처럼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모하는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은 에너지와 자원이 부족한 데다 군사적 영향력도 제한적인 구조여서, 베네수엘라 사안에 직접 개입하거나 판을 흔들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단순 원유 이슈나 외교 변수로만 보고 관전하는 데 그치기에는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인데요. 에너지·군사·정치가 분리되지 않고 동시에 작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한국 역시 대응 전략의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입니다.

무엇보다 수출입 중심의 기존 통상 전략만으로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부각됩니다. 에너지 확보·해외 투자·첨단 산업 육성을 각각의 정책으로 분리해 접근하기보다 하나의 전략 축으로 묶어 장단기 대응 방안을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입니다.

김 교수는 "지정학과 지경학이 결합되는 흐름이 노골화된 만큼 국가 차원의 전략적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남미 전략이 본격화될 경우를 염두에 두고 한미 FTA 연장선에서 남미 시장 접근을 모색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국가들과의 통상 네트워크를 보다 입체적으로 확장하는 방안 등도 거론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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