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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 500건···“신청 기간 연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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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 500건···“신청 기간 연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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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위 통과 21건 4·3 위원회 최종 심의 앞둬
8월31일까지인 정정 신청 연장 방안 정부 건의
4.3평화공원 동백꽃. 박미라 기자

4.3평화공원 동백꽃. 박미라 기자


A할머니는 6살이었던 1948년 아버지를 잃었다. 토벌대가 마을 주민 20여명과 함께 아버지를 총살하면서다. 어수선한 시절, 혼인신고와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A할머니는 평생 호적에 아버지 칸을 빈 채로 두고 살아야 했다. 태어나자마자 4·3으로 아버지를 잃은 B할머니는 작은 아버지의 자녀로 등재됐다. C할머니는 4·3 당시 아버지가 행방불명되면서 ‘할아버지의 딸’이 됐다. 호적상 아버지와는 남매 사이로 남아 있다.

제주4·3으로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신청한 피해 신고가 5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정부에 가족관계 정정 신청 기간 연장 등을 건의할 방침이다.

제주도는 4·3으로 가족관계가 어긋난 피해자 신고를 받은 결과 현재까지 500건이 접수됐다고 7일 밝혔다. 2022년 사전 조사 당시 400여건보다 많은 수치다.

4·3 당시 제주에서는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3만명 안팎이 희생되면서 갑작스럽게 부모, 자녀 등을 잃은 가족이 속출했다.

부모를 잃은 어린 자녀들은 조부, 아버지의 형제, 먼 친척의 호적에 등록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친척의 아들을 죽은 이의 사후 양자로 선정해 호주승계·제사 등을 이어가기도 했다.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가 4·3으로 갑자기 사망하면서 부부, 자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사례 중 상당수가 현행법상 법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유족 보상금에서도 배제됐다.


실제 신고건수 500건을 들여다보면 사망 사실 기록 정정 26건, 등록부 작성 63건, 친생자 관계 존재 확인 225건, 혼인신고 특례 10건, 입양신고 특례 176건 등이다.

도는 현재까지 500건 중 21건이 4·3 위원회 심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절차를 보면 도는 피해자로부터 접수받은 피해 사실을 다른 유족 등 이해관계인에게 통지한다. 이후 사실조사, 4·3실무위원회 심사를 한다. 최종적으로 4·3위원회가 배우자, 양자 등 가족관계를 바로잡는 결정을 한다.

도 관계자는 “사실조사 후 3차례의 분과위에서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4·3실무위원회 심의를 진행하다보니 속도가 다소 걸린다”면서 “오랜 세월이 흘러 자료 수집, 증인 확보가 쉽지 않다보니 가족관계를 증명하는데 상당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도는 올해 4·3실무위원회 회의 건수를 늘려 심의에 속도를 더하다는 방침이다.

도는 특히 추가 피해 접수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시행령상 오는 8월31일까지인 가족관계 정정 신청 기간 연장을 정부에 요청한다.

입양신고 신청권자 확대, 4·3 희생자 유족 추가 신고 기간 마련 등도 정부에 건의한다. 입양신고 신청권자 확대는 입양신고의 경우 본인이 사망하면 자녀 등이 대신할 수 없는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명예훼손 처벌 근거, 특별재심 청구 대상 확대, 국가배상 청구기간 연장, 가족관계 정정 신청인 지위 승계 등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 및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면서 “4·3특별법 제도개선부터 가족관계 회복, 보상, 유적지 정비 등 남은 과제를 하나하나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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