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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용 칼럼] 인구소멸 언더도그 강원, 원주·정선의 준비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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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용 칼럼] 인구소멸 언더도그 강원, 원주·정선의 준비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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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용 강원취재본부 국장

윤수용 강원취재본부 국장


이태 전만 해도 강원 정선군은 언론에서 전국 대표 인구소멸지역인 ‘언더도그(underdog·이길 가능성이 없는 약자)’였다. 팬데믹 종료 후 일상은 회복됐지만, 모든 상황은 암울했다. 몇 달 새 산골 마을 정선의 입지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강원 원주시는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조성 탄력으로 인구 증가 고공 행진의 장밋빛 예상이 쏟아졌다. 최근 폭발적인 인구 증가 기대는 박스권에 갇히면서 답답한 경고등까지 커졌다. 하지만 원주는 전국 몇 안 되는 인구 증가 지역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 사실상 인구소멸 언더도그 강원의 ‘인구 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최근에는 50만 자족도시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감소 지역 89곳 중 강원 정선군과 전남 신안군 등 19곳은 인구가 늘었다. 정선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3만4879명이다. 지난 한 해 동안 1364명이 증가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 직후부터 폭증이다. 40년 만에 인구증가세로 돌아섰다. 원주 인구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 36만3194명으로 전년 대비 1030명이 늘었다. 인구가 줄고 있는 강원자치도 내 여건 속에서도 꾸준한 인구 유입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권역별 이동을 보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41만 9393명)보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38만1043명) 유입이 적었다. 비수도권은 인구 딜레마에 빠진 지 오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구 격차도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또 전국 사망자 수에서 출생자 수를 뺀 인원은 10만7907명이었다. 자연적 인구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수도권 원주와 정선의 인구 증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한 이유 있는 준비된 반란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두 지역의 인구 약진은 철저히 준비된 결과다. 원강수 원주시장과 최승준 정선군수 모두 4년 전 민선 8기를 시작하면서 ‘인구=경쟁력’ 청사진을 제시했다. 파격적인 기업유치 공약을 내건 원 시장은 여러 분야 전문 인력을 투자유치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스태프 바이 스태프로 인구 증가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원주의 꾸준한 인구 증가는 글로벌기업 엔비디아와의 협력과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 등의 성공이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지속적인 인구 증가 마중물로 기대가 크다. 지난해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AI 기술 기업 ‘리드텍’은 한국 내 첫 법인인 ‘리드텍 코리아’를 원주에 설립했다. 그의 약속대로 인구 증가의 잣대인 ‘경제 제일도시’ 원주의 전략이 통한 셈이다. 특히 ‘엔비디아 교육센터’ 유치는 지역과 전국 젊은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최근 10년 이상 제자리걸음 중인 산업단지 활성화도 기업을 담는 ‘그릇’ 역할을 시작했다. 원주시는 지난 3년 동안 34개 기업과 8392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이들은 1894명을 신규로 고용했다. 인근 지역 강제 흡수와 인구 빼 오기가 아닌 자체적인 인구 늘리기 성과다.

전국에서 가장 도시발전 속도가 빠른 지역 중 하나가 원주시다. 최근 원 시장은 대대적인 고도제한 완화를 천명했다. 이유는 30년 가까이 적용 중인 불합리한 규제가 지역발전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천루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도제한 완화가 위기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 과잉투자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잉투자’와 ‘과잉 자신감’은 다른 영역이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민선 8기 연임에 도전하며 강원랜드 재원을 중심으로 한 기본소득을 제시했다. 공약으로 준비한 사업이다. 기본소득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역 소멸을 막는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기본소득 사업은 그 배당금을 주민에게 정당하게 돌려주는 첫걸음이다. 정선 군정이 천명한 ‘보편 복지’가 인구 증가로 이어진 본보기다. 다양한 인구 증가 정책도 적중했다. 정선 인구는 40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금 추세라면 석탄산업 전환지역(폐광지역) 정선은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동네마다 즐거운 북적임이 넘치는 날도 바람은 아니다. 지역 숙원인 KTX 연결도 희망 고문이 아닐 것이다. 또 50만 자족도시 실현에 나선 원주시. 누가 아는가, 가까운 미래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원주 도심에서 ‘치맥 회동’에 나서는 날이 올지. 이유 있는 준비된 반란은 전국 243개 지자체의 모범이 되는 원주와 정선 레토릭을 넘어서는 해움의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