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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 마두로 체포’ 일체 보도안해…김정은 연상될까봐?

동아일보 이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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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 마두로 체포’ 일체 보도안해…김정은 연상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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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매체 통해 美 비난한 것과 대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국외 이송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가 USS 이오지마 함에 탑승해 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국외 이송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가 USS 이오지마 함에 탑승해 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뉴스1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데 대해 북한 당국은 나흘째 북한 주민들에게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와 반미(反美) 성향의 권위주의 독재 정권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북한이 체제 위협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정보 확산을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의 안전가옥을 급습해 그와 부인을 체포한 뒤 미국 뉴욕으로 압송한 직후인 4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고 첫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이 같은 반응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렸으며, 주민들이 볼 수 없는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보도됐다. 북한은 7일 오전까지도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 등에서 베네수엘라 사태를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베네수엘라 사태 발생 직후인 4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훈련을 참관한 자리에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필요성을 주장하며 “그것이 왜 필요한가는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사태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북한 관영매체는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관하에 전날(4일)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관영매체는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관하에 전날(4일)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뉴스1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자신들과 같은 반미 성향의 좌파 정권 수장을 미국이 공습해 납치한 건 북한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이 사건을 북한 주민들이 알게 된다면 김 위원장에 대해서도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 정권이 아무리 미국을 비판하는 취지로 정보를 조작해 보도하더라도 북한 주민들이 미국의 군사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과 미국이 무력으로 타국의 지도자를 교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며 “북한 지도부로서는 베네수엘라 사태를 보도하면 체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2003년 3월 20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 대외 논평을 통해 미국을 비난하는 한편 조선중앙방송 등 대내 매체를 통해서 관련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외신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하는 듯하면서도 미국이 고전하고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부각했다.


그러나 북한은 독재자의 몰락이나 죽음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정보를 선별·왜곡하는 등 철저히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북한은 2006년 12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을 때는 18일이나 지난 뒤에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을 통해 처형 사실을 간략히 전했다.

2010년 10월 20일 리비아 과도정부군 병사들이 수도 트리폴리에서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 소식에 자동차 위에 올라 축하하고 있다. 트리폴리=신화 뉴시스

2010년 10월 20일 리비아 과도정부군 병사들이 수도 트리폴리에서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 소식에 자동차 위에 올라 축하하고 있다. 트리폴리=신화 뉴시스


북한은 2011년 3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리비아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개시했을 때도 외무성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반인륜 범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과 정치·군사적으로 가까웠던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2011년 10월 사망했을 때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매체에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후 리비아 정권 붕괴 과정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 없이 ‘리비아가 핵을 포기한 결과’라는 식으로 핵 개발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북한이 리비아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베네수엘라 정권 붕괴 과정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으면서 핵 고도화의 명분을 거듭 강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체제 위협을 느끼는 북한이 베네수엘라 사태 관련 정보를 내부적으로는 엄격히 통제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우리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발신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라크, 리비아 사태 때와는 북한의 핵·미사일 수준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며 “북한이 베네수엘라 사태에 관한 메시지를 관리하면서도 군사적 도발 등 자신들의 달라진 지위를 보여주는 식으로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도발에 나서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지나치게 자극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 석좌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실제로 적대적인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추가 핵실험 등 미국의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않으면서 북-미 대화의 여지를 남겨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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