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평화의 소녀상’에 ‘철거’ 단어를 쓴 마스크나 검정비닐을 씌우며 모욕하는 ‘소녀상 철거 챌린지’를 인증한 사진 일부. 에스엔에스(SNS) 갈무리 |
경찰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고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와 회원들에 관한 사건을 한데 모아 집중 수사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들의 소녀상 훼손 행위를 비판한 지 하루 만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7일 경남 양산경찰서 등에서 수사 중인 김 대표에 대한 사건을 서울 서초경찰서로 병합하도록 지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각 서에서 수사하던 것을 모아 병합해 한꺼번에 수사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앞서 양산경찰서는 전국 곳곳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철거’라는 문구가 쓰인 마스크를 씌우거나 검은 천으로 가리는 등의 방식으로 시위를 벌여온 김 대표 등 4명에 대해 지난해 10월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이어왔다. 서초경찰서도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한 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김 대표와 단체 회원들이 사전 신고 없이 ‘신성한 교정에 위안부상 세워두고 매춘 진로지도 하나’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고 시위한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다.
김 대표 등은 2019년께부터 전국 각지 소녀상을 훼손하고 수요시위를 방해하는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활동을 지속해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소녀상이 설치된 학교 앞에서까지 시위를 벌이며 비판이 가중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엑스(X·구 트위터)에 김 대표가 입건돼 수사받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얼빠진 사자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 갈무리 |
다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모욕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사자명예훼손의 경우 유족 등이 고소할 수 있는 친고죄인데, 피해자들 가운데 유족이 없는 경우도 많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사자명예훼손은 친족만 고소할 수 있지만 (위안부 문제를 처음 알린 피해자인)김학순 할머니도 후손이 없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는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일 뿐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부정, 피해자·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담은 만큼 이런 관점에서 피해자 모욕 행위를 제재할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병헌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격체가 아닌 동상에 무슨 놈의 모욕이라는 건지 참 얼빠진 대통령”, “(경찰은)어떻게 하면 대통령에게 잘 보일까 경쟁 중” 등의 글을 적으며 반발을 이어갔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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