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성차별·성소수자 문제를 맡는 핵심 부서인 성차별시정과장이 강제 추행 혐의로 피소돼 직위 해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안창호 위원장 인권위의 성인지 감수성 하락을 짚으며,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7일 경찰과 인권위 직원 등의 말을 들어보면, 인권위는 지난 1일 강제 추행 혐의를 받는 성차별시정과 ㄱ과장을 직위 해제하고 대기발령 조처했다. 국가공무원법은 금품비위, 성범죄 등 비위행위로 인해 감사원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공무원에 대해 소속 기관이 직위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앞서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6월 ㄱ과장이 지인을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로 고소되자, 지난 12월 인권위 쪽에 공무원 범죄 수사 개시를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이며 법리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으며, ㄱ과장은 이날까지 경찰의 출석 요구는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ㄱ과장은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성비위 의혹과 직위 해제에 대한 ㄱ과장의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ㄱ 과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2010년대 초반 인권위에서 일을 시작했고 지난해 1월 안창호 위원장이 단행한 정기인사에서 성차별시정과장으로 임명됐다. 성차별시정과가 신설된 이래 처음 배치된 남성 과장으로, 당시에도 오랫동안 성차별 업무 전문성을 쌓아온 여성 직원 대신 ㄱ과장이 임명된 데 대해 인권위 내부에서 뒷말이 나왔다. 당시 인사에서 인권위 과장 직위 25개 중 여성 과장은 6명(24%)으로 정부 부처 전체의 여성 과장 비율(24.6%)보다도 낮아, 성차별 문제를 다루고 권고하는 인권위 역할에 걸맞지 않는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ㄱ 과장은 성차별시정과장을 맡기 전에는 의사팀장(전원위, 상임위, 청사 방호 담당)을 하면서 안창호 위원장을 주변에서 보좌해왔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ㄱ 과장이 윗사람에 대한 의전에 워낙 능해 안창호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칭찬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인권위 직원들은 수사를 통해 사건 진위가 가려져야 한다고 보면서도 인권위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인권위의 한 과장급 간부는 한겨레에 “일단 조사중이니 수사기관에 최대한 협조하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먼저”라면서도 “성차별 권고기관인 인권위의 담당 과 간부가 이런 일에 연루됐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가겠나. 대국민사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간부는 또 “전 직원 특별인권교육을 반드시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애초에 당사자성과 성인지감수성이 없는 사람을 성차별시정과장에 앉힌 인권위 인사가 이번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이 모인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어 “성추행으로 성차별시정과장이 직위해제된 사건은 안창호 위원장의 성인지감수성 부재를 증명한다”며 “부적절한 인사로 인권위를 망가뜨리지 말고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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