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지급 안됐다면 배액배상 계약 파기 가능
집값 상승기에 배액배상 사례多…방어전략 필요
집값 상승기에 배액배상 사례多…방어전략 필요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 올해 내집마련을 목표로 하는 A씨는 서울 소재 18억원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 계약을 논의 중이다. 매매대금이 20억원에 가까운 낮지 않은 금액임에도 매도인은 중도금 없이 계약금 10%와 잔금 90%로 매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씨는 중도금없이 계약했다가 지금보다 해당 아파트 집값이 더 오르면, 매도인이 배액배상을 통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며 중도금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매매계약을 맺으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주요 지역의 경우 단기간 내 매매가격이 수억원씩 오르는 사례가 잇따르자 배액배상 금액보다 시세차익이 커질 경우를 염두해 ‘중도금 없는 계약’을 선호하는 영향이다. 매도자가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받으면 법적으로 계약이 이행된 것으로 간주돼 계약 파기가 어렵지만, 중도금이 없을 경우 계약금의 배액을 물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매수자는 계약 파기를 방지하기 위한 계약금 상향이나 특약과 같은 방어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부동산 거래 시 계약금과 잔금 사이에 치르는 돈인 중도금은 법적 의무는 아니다.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중도금 여부와 비율을 정해 계약할 수 있지만 집값 상승기에는 매수자 입장에서 계약 안정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금액의 크기와 관계없이 일단 중도금이 매도자에게 지급되면 법적으로 ‘이행의 착수’가 이뤄져 계약이 확정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매수자의 동의없인 계약 파기가 불가능하다.
서울 강남구 소재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매매계약은 계약금 10%, 중도금 40%, 잔금 50% 비율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서울 주요 지역은 매매대금 자체가 수십억대인 거래가 많기 때문에 중도금을 1, 2차로 나눠 납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계약금만 납부한 상태에서는 배액배상을 통한 매도자의 일방적 계약 파기가 가능하다. 민법 제 565조 해약금 규정에는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금의 두 배를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계약금의 두 배를 반환해야 함에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이를 감수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B씨는 지난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직전 단기간 급등장이 나타났던 9월 말~10월 초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매매계약을 맺고 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 2500만원을 받았지만 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6000만원을 돌려주고 계약을 파기했다. B씨는 “이미 신고가로 팔았지만 집값 오르는 걸 보니 배액배상을 안할 수가 없었다”며 “계약금 받고 일주일도 안 돼서 집값이 3억원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계약 파기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매수자 입장에선 중도금 설정, 중도금 납부기일 조정, 특약 명시, 계약금 상향 같은 방어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요즘에는 중도금없이 부동산을 매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매도자의 계약 파기를 우려하는 매수자라면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 해제하는 게 안되게끔 특약을 넣는다거나 계약금 상당액에 중도금을 아주 일부만 포함해서 계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적으로 계약금이 10%라면 9%를 계약금, 1%를 중도금으로 나눠 기재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 또한 “계약 해제가 안 되는 시점이 중도금 납부 이후부터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중도금을 설정한 뒤 납부기일을 앞당기거나 매매계약금 액수 자체를 높여 매도자 입장에서 배액배상 부담이 크게 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