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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④] 재생에너지 전남, 합의는 어떻게 제도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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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④] 재생에너지 전남, 합의는 어떻게 제도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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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석 기자] 재생에너지의 성패는 더 이상 찬반에 달려 있지 않다. 3회차에서 살펴본 것처럼, 전남의 해상풍력과 영농형 태양광은 갈등을 넘어 '공동의 선'이라는 원칙을 공유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

일본 나라현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사진=파루솔라)

일본 나라현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사진=파루솔라)


이제 질문은 다음으로 옮겨간다. 그 원칙은 어떻게 현실이 되는가. 합의는 말로는 쉽지만, 제도로 옮겨지지 않으면 오래가지 않는다. 전남 재생에너지의 다음 과제는 '방향 설정'이 아니라 '작동 설계'다.

공동의 선이 실제 현장에서 힘을 가지려면, 이를 지탱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국내외 사례를 종합하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는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사전 설계 참여권' - 동의가 아니라 공동 설계.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절차의 순서다. 주민 참여는 사업 말미의 동의 절차가 아니라, 입지·규모·방식이 정해지기 전 단계에서 보장돼야 한다.

이를 제도화한 지역에서는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입지위원회 ▸대안 입지 비교 공개 ▸주민 선택권 부여가 기본 구조로 자리 잡았다. 이 방식은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사업 중단이라는 최악의 위험을 줄이는 장치다.

둘째, "자동 이익공유 규칙" - 협상이 아닌 시스템. 공동의 선이 가장 쉽게 흔들리는 지점은 이익 분배다. 이를 개인 협상에 맡기면 불신은 커진다. 해법은 단순하다. 발전 수익의 일정 비율을 자동으로 지역에 배분하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이 기금은 마을 공동기금, 농어촌 생활 인프라, 청년·어업·농업 지원으로 용도가 명확히 정해질수록 신뢰가 높아진다. '얼마를 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돌아오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셋째, "생업 보호 기준" - 공존의 최소선. 해상풍력과 영농형 태양광이 공존하려면, 생업 침해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해상풍력은 조업 가능 구역, 안전 항로, 어장 변화 모니터링을, 영농형 태양광은 작물 종류별 생산성 기준과 영농 지속성 검증을 해야 한다. 이 기준은 사업자와 주민 모두를 보호한다. 명확한 기준이 있을수록 분쟁은 줄어든다.


해상풍력 이미지 (사진=해상웹진 SEA)

해상풍력 이미지 (사진=해상웹진 SEA)


넷째, "지역 산업 연결 장치" - 전기를 넘어서 일자리로. 재생에너지가 지역에 남는 가치는 전력만이 아니다. 유지보수, 운영, 데이터 관리, 기자재 서비스는 지역 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기업 우선 참여 ▸지역 인력 고용 기준 ▸항만·농촌 기반 연계 같은 조건이 사업 초기부터 포함돼야 한다. 그럴 때 재생에너지는 '시설'이 아니라 '산업'이 된다.

다섯째, "상설 협의체와 분쟁 관리" - 갈등을 관리하는 안전장치. 공존은 갈등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있다는 뜻이다.


상설 협의체, 중립적 분쟁 조정 기구, 정보 공개 플랫폼은 갈등을 억누르는 장치가 아니라, 공존을 지속시키는 안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대화의 테이블이 이미 마련돼 있는가다.

전남은 특별한 조건을 갖고 있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잠재력과 농어촌과 해양이 공존하는 공간 구조에 산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조건은 위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남형 에너지 공존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른 지역의 해답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전남의 생활과 산업 구조에 맞는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시점이다.

실행이 없는 합의는 오래가지 않는다. 에너지 전환은 선언이 아니라 운영의 문제다. 합의는 제도로 바뀔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3회차에서 제시한 '공동의 선'이 전남의 원칙이라면, 4회차의 질문은 분명하다.

전남은 이 원칙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제도를 만들 준비가 돼 있는가. 재생에너지의 미래는 설비가 아니라, 시스템에 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사람이 만든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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