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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통 10여개 펑펑펑" 4층 아파트 '폭삭', 28명 사망...'철근 누락' 들통[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김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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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통 10여개 펑펑펑" 4층 아파트 '폭삭', 28명 사망...'철근 누락' 들통[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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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가스통 연쇄 폭발 후 무너져 내린 우암상가아파트. /사진=MBC 유튜브 채널 '모지' 갈무리

가스통 연쇄 폭발 후 무너져 내린 우암상가아파트. /사진=MBC 유튜브 채널 '모지' 갈무리


33년 전인 1993년 1월7일 새벽 충북 청주시 우암상가아파트 지하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금세 2층까지 번진 불길은 1시간여 만에 잡히는가 싶더니 LP가스통으로 옮겨붙었고, 연쇄 폭발과 함께 건물 전체가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주민 28명이 숨지고 48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350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건물 붕괴의 근본적 원인은 화재가 아닌 무리한 설계와 부실 공사로 드러나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나왔다.


LP가스통에 옮겨붙은 불, 건물 통째로 무너뜨려…

사고 당일 밤 12시40분쯤 우암상가 아파트 지하상가에서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에 나섰으나 불길이 1층까지 번지면서 주민들은 4층 옥상으로 긴급 대피했다. 일부 상인들은 물건을 꺼내기 위해 지하상가로 몰려갔다.

소방대원 200명이 투입되고 1시간20분 만에 불길이 겨우 잡혔다. 그러나 이때 1층에 있던 LP가스통에 불이 옮겨붙었다. 불에 녹은 비닐 호스를 통해 LP가스가 새어 나오고 있었던 것. 곧 LP가스통 10여개가 잇달아 폭발하면서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한 4층짜리 건물은 폭삭 내려앉았다.

옥상으로 대피한 주민과 지하로 내려갔던 상인 중 28명이 건물 잔해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48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갈 곳 잃은 이재민도 400명에 달했다. 이 건물 지하와 지상 1층엔 53개 상가 점포가 입점해 있었고 아파트로 사용되던 2~4층에는 59가구 398명이 거주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로 무너져 내린 우암상가아파트 잔해 더미에서 구조하는 모습. /사진=MBC 유튜브 채널 '모지' 갈무리

폭발로 무너져 내린 우암상가아파트 잔해 더미에서 구조하는 모습. /사진=MBC 유튜브 채널 '모지' 갈무리




무리한 증축·철근 빼먹기 등 부실시공 들통…건축주 '금고 3년'

1981년 완공된 우암상가 아파트는 애초 지하 1층∼지상 3층 건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공 중 자금난으로 건축업자가 3차례나 바뀌었고 그때마다 설계가 변경됐다. 기초구조를 보강하지 않고 건물을 4층과 옥탑까지 증축하거나 상가 수를 늘리기 위해 기둥을 없애는 등 무리한 공사를 감행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불량골재를 쓰거나 콘크리트 구조물에 자갈과 나뭇조각 같은 이물질을 섞는 등 부실 자재를 사용하기도 했다. 지하층 지반공사에선 50㎝ 간격으로 설치해야 하는 철제빔을 2∼5m 간격으로 시공했고, 25㎜ 굵기 규격 철근의 절반도 안 되는 10㎜ 철근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건축물 관리법에 따르면 연건평 5000㎡ 이상 건물은 3년마다 관할 시청에 관리 사항을 정기 보고하게 돼 있는데 이 건물은 9090㎡임에도 준공 이후 관리자 보고와 시청 감시가 단 한 번도 없었다.

가스통 연쇄 폭발 후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우암상가아파트. /사진=MBC 유튜브 채널 '모지' 갈무리

가스통 연쇄 폭발 후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우암상가아파트. /사진=MBC 유튜브 채널 '모지' 갈무리


또한 관할인 청주소방서가 화재 발생 일주일 전인 1992년 12월30일 12개의 소화전과 228개의 화재 자동 탐지기 정비를 요구했으나 우암상가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를 더욱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사고는 부실시공과 안전불감증이 빚은 예견된 인재(人災)였던 셈.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파트 상인과 주민 대부분은 피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참사 책임이 있는 공동 건축주는 금고 3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사고 2년 5개월 만인 1995년 6월 사고가 났던 자리엔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 평화상가 아파트가 들어섰다.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 대부분은 이곳을 벗어났지만 두세 가정은 고통을 딛고 평화아파트에 입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소영 기자 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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