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챗GPT 과제에 이용하되 채팅 내역 내라"…AI시대 대학가 신풍토

이데일리 김응열
원문보기

"챗GPT 과제에 이용하되 채팅 내역 내라"…AI시대 대학가 신풍토

속보
리플 2% 하락, 2.04달러까지 추락
보고서에 코딩까지…과제물에 챗GPT 허용하는 교수들
AI로 기획서 만드는 대신 명령어·답변 내용 제출 방식
전문가들 "AI 사용 못 막아…활용능력 키워줘야" 조언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서울 소재 사립대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으로 재학 중인 김모 씨는 지난해 2학기 철학 분야 교양 수업에서 챗GPT를 사용한 덕분에 과제물 작성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김 씨는 고대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세 명의 관점을 비교하고 각 철학자의 주장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야 했다. 김 씨는 처음 과제물을 안내받을 때만 해도 다른 수업처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담당 교수는 AI를 제한적으로 써도 된다고 공지했다. 철학자들의 관점을 비교할 때 AI를 사용하는 대신 AI 답변에 틀린 내용이 없는지 직접 검증하고 검증 과정도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교가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학교가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씨는 “내 의견을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AI를 쓸 수 없었지만 AI를 아예 쓰지 못했다면 철학자들의 책을 직접 읽고 주장을 비교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이라며 “제한적이나마 AI를 이용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수업 과제물 작성 과정에서 챗GPT와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를 활용하면서 교수들의 대처법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AI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AI 이용을 허용하되 어떻게 활용했는지 방법을 제출하도록 하는 식이다. AI 사용을 막을 수 없다면 학생들이 과제를 수행하며 직접 생각하는 과정을 거쳤는지 보겠다는 취지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그래픽=이미나 기자)


챗GPT 금지 대신…“어떻게 쓰는지 보겠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부 대학 교수들은 지난해 2학기 강의에서 과제물을 안내하면서 AI 사용을 허용하되 AI를 이용한 방법도 함께 제출하라고 공지했다.

실제 서울 사립대의 한 연극학과 교수는 전공 수업에서 연극 기획안과 연극 포스터를 만드는 과제를 내면서 AI를 써도 된다고 안내했다. 대신 AI에 입력한 명령어와 해당 명령어를 입력한 이유, AI의 답변 등 채팅 내역도 모두 내도록 했다.

해당 수업을 들은 연극학과 4학년 강모 씨는 “기획안과 포스터 제작 모두 AI를 써도 된다고 해 챗GPT를 활용했다”며 “대신 입력한 명령어 내용과 왜 그런 명령어를 사용했는지 그 이유도 함께 제출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공계열 강의에서도 과제물 작성에 AI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한 충청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교수는 전공수업에서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라는 실습과제를 내면서 코딩 작업에 생성형 AI를 써도 된다고 학생들에게 안내했다. 해당 강의를 맡은 교수 이모 씨는 “AI를 이용하면 코딩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다”며 “코딩 작업에 AI를 쓰되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채팅 내용을 내도록 했다”고 언급했다.

대학 차원에서도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AI 사용을 허용할 경우 AI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파악하라고 공지하고 있다. 연세대는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통해 과제물 작성에 AI를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 사용한 AI 모델과 명령어 내용을 제출하게 했다.

이화여대도 AI 활용지침을 공개했다. 이화여대는 학생들이 과제물 작성에 AI를 쓰는 경우 △AI로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AI로 산출한 결과물의 정확성·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을 제출하게 했다.


“AI 비판적 활용능력 기를 방법 고민해야”

전문가들도 대학생들의 AI 사용은 막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신 학생들이 과제 수행 시 직접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고 AI는 보조도구로 쓰도록 교수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학생들에게 AI 사용 내역을 밝히게 하는 동시에 과제물 내용을 기획하는 초기 단계에서 AI를 쓰지 않고 직접 생각하도록 활용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학생들이 최종 과제물을 제출하기 전에 AI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도 중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찬규 중앙대 행정부총장은 “과제물 작성 과정에서 AI 활용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AI의 유용성과 위험성을 모두 인지하고 AI 활용 기준을 스스로 세울 수 있도록 초·중·고교부터 대학까지 AI 리터러시(문해력) 수업을 의무화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