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백경현 구리시장이 지난 2023년 11월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구리시의 서울시 편입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22대 총선을 6개월가량 앞둔 2023년 10월, 경기도 정치판이 ‘서울 편입론’으로 떠들썩했다. 경기도 김포와 구리 등 서울 인접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의 서울 편입 요구에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동조하면서 서울 편입론이 불길처럼 번졌다. 12·3 내란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방분권 기조를 강화하면서 서울 편입 추진 동력은 약해진 상태다. 수도 서울의 확장은 가뜩이나 극심한 수도권 과밀화를 더욱 부추기고, 지방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정치 구호’에 그친 ‘서울 편입론’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정쟁의 도구가 될 가능성이 많다. 3선에 도전하는 백경현 구리시장이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고, 김포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관망하며 기회를 엿보는 형국이다. 여기에 김동연 경기지사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에 맞서 국민의힘이 서울 편입론을 띄웠다는 점에서 도지사 선거에서도 공방이 예상된다.
‘장밋빛 청사진’ 제시한 구리시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내에서 서울 편입 논의를 진행한 곳은 구리·김포·하남·고양·남양주시 등이다. 지역별로 추진 속도와 방향이 모두 제각각이다. 이 가운데 실제 절차를 밟고 있는 곳은 구리시다. 구리시는 2023년 12월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데 이어 2024년 11월 ‘행정구역개편팀’을 신설하며 대응을 이어왔다. 연구용역과 시민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기본계획 수립에 따라 지난해 11월20일 시의회 의견 청취 안건을 상정했다. 이에 지난해 12월9일 의회는 “서울 편입이 타당성을 갖추고 있으나, 보완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식 의견을 시에 전달했다. 이에 시는 의회 요구를 반영해 서울시·경기도에 건의안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구리시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구리시의 서울 편입 효과 분석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2024년 서울시의 1인당 연간 지출총액은 541만4000원으로 경기도(295만원)의 1.8배 수준이다. 이를 구리시 인구(약 18만7000명)에 적용하면 약 4600억원 규모의 추가 예산 투입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중교통의 경우 경기도는 15~20% 시비 부담이 있지만, 서울시는 자치구 부담이 없는 점 등을 주요 효과로 제시했다. 지하철 8호선 운영 등 광역철도 예산은 연간 287억원, 버스는 연간 175억원가량 절감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서울 편입 때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지방교부세와 국가보조금은 연간 361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세입·세출 변동을 고려하면 연간 877억원의 가용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광역단체로부터 제공받는 지방교부세·조정교부금·보조금 등 의존재원총액(2024년 기준)이 서울 중랑구의 경우 7901억원으로, 구리시(4239억원)보다 3662억원 많다고 소개했다. 구리시는 이를 바탕으로 행정 서비스 확충, 도시철도 연장 등 정주 여건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동력 잃은 인접 도시들…서울시도 뒷짐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김병수 경기 김포시장이 지난 2023년 11월6일 서울시청에서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반면 구리와 함께 유력한 편입 대상지로 거론된 김포시는 동력을 잃은 상태다. 김포시는 2023년 10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서울시와 공동 연구반을 운영하고 네차례 회의를 통해 재정 변화 및 조직 조정 방안 등을 검토했지만, 진행은 멈춰 있다. 또 2024년 8월 조경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서울시 김포구를 설치한다는 내용의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나, 본회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포시 관계자는 “시민 요구가 커지면 공론화할 수 있다”면서도 “중앙정부 기조와 정치 환경을 고려하면 곧바로 추진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인접 도시들은 한발 물러서 있다. 하남시는 용역이나 여론조사 없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고양시는 총선 당시 국민의힘 일부 지역 당협이 자체 설문을 발표했지만 지자체 차원의 공식 논의는 없었다. 남양주시 역시 구리 갈매와 인접한 별내새도시 생활권 등에서 요구가 있을 뿐, 시 차원의 공식 절차는 밟지 않았다. 총선 당시 확산한 편입 담론이 행정적 추진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정치 구호로 소비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구리시가 편입 의견을 서울시와 경기도에 전달하더라도 곧바로 절차가 진행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도·서울시 역시 시민 여론 수렴 등을 거쳐 자체 입장을 정리한 뒤 행정안전부에 의견을 제출해야 하는데, 건의 시점에 강제성이 없어, 각 지자체 판단에 따라 행안부 건의 시점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하는 경기도는 행정구역 서울 편입에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당장 경기도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구리 이전 계획도 중단했다.
서울시 역시 초기의 적극 행보와 달리 현재는 신중한 기조를 내비치고 있다. 총선 국면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양·구리·김포 등 인접 지자체장들과 접촉하며 불을 지폈지만, 현재로선 ‘장기적인 과제’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사안은 몇개월 만에 결론 낼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편입 논의는 각 지역에서 제기한 시민 불편 해소 수요에서 출발한 만큼, 요청이 있으면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생활권 불일치 문제는 여전…수도권 광역 협력 틀 만들어야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해 10월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편입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구리시에선 이미 시장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는 이들이 서울 편입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고,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맞물려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 편입 추진을 단순 정쟁의 수단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추진 배경에는 ‘생활권의 불일치’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연구원이 2024년 11월 발간한 ‘경기도 대도시권 출퇴근 광역통행 1시간 실현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수도권 하루 출근 통행량 1155만건 중 45.7%의 목적지가 서울이며, 경기도민 4명 중 1명(22.6%)은 서울로 출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규모는 2010년 15만8000명에서 2019년 112만4000명으로 10년 사이 약 7배가 증가해 행정경계와 실제 생활권 사이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는 “서울 인접 도시들은 경제·생활 측면에서 이미 서울과 묶여 움직이고 있다”며 “행정구역 경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교통망 단절과 정책 실행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례새도시처럼 행정구역이 나뉘어 협력이 어려운 사례, 김포 지하철 연장이 번번이 난항을 겪는 현실이 대표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한국의 도 단위는 실제 경제권·생활권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일본처럼 현실을 반영하는 행정 단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편입 필요성 여부와 별개로, 생활권 변화에 대응할 ‘광역 협력 틀’을 마련하지 않으면 같은 논쟁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남재걸 단국대 교수(행정학)는 “서울 편입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정치적으로 주장할 수는 있지만 실제 성사되기 어렵다”며 “기초시의회뿐 아니라 경기도의회, 서울시의회 등 광역 차원의 동의와 주민투표가 필요한데, 광역 단계에서 동의 여론이 형성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 근교 도시는 이미 갖고 있는 연계 여건을 활용해 협력 모델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인구 소멸 지역들이 자구책을 시도하듯 내부 혁신을 추진하거나 인근 시·군과 통합을 검토하는 방향이 더 책임 있는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송상호 기자 ss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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