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현 기자]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 기후 위기로 신음하던 제주 감귤이, 이제 무관세 미국산 만다린이라는 또 다른 파도를 맞게 됐다.그러나 이 위기는 갑자기 닥친 재난이 아니다. 13년 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부터 이미 예정돼 있던 미래다.
2012년 최대 144%에 달하던 미국산 만다린 관세는 해마다 단계적으로 낮아져, 결국 올해 0%가 됐다. 누구나 알던 일정이었다. 그 결과는 숫자가 말해준다. 수입량은 수천 톤 단위로 급증했고, 올해는 1만6천 톤이 목표치로 거론된다.
수입 시기 역시 1~6월, 제주 한라봉·천혜향·레드향 등 만감류 출하 시기와 정면으로 겹친다. 이제 제주 감귤은 가장 취약한 시기, 가장 불리한 조건, 가장 값싼 경쟁자와의 싸움을 맞게 됐다. 더 이상 이것은 '경쟁'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 기후 위기로 신음하던 제주 감귤이, 이제 무관세 미국산 만다린이라는 또 다른 파도를 맞게 됐다.그러나 이 위기는 갑자기 닥친 재난이 아니다. 13년 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부터 이미 예정돼 있던 미래다.
2012년 최대 144%에 달하던 미국산 만다린 관세는 해마다 단계적으로 낮아져, 결국 올해 0%가 됐다. 누구나 알던 일정이었다. 그 결과는 숫자가 말해준다. 수입량은 수천 톤 단위로 급증했고, 올해는 1만6천 톤이 목표치로 거론된다.
수입 시기 역시 1~6월, 제주 한라봉·천혜향·레드향 등 만감류 출하 시기와 정면으로 겹친다. 이제 제주 감귤은 가장 취약한 시기, 가장 불리한 조건, 가장 값싼 경쟁자와의 싸움을 맞게 됐다. 더 이상 이것은 '경쟁'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이 상황은 구조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 제주 감귤은 생산비 상승과 기후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고온과 폭염, 강수 패턴 변화는 생육 자체를 위협하고, 극대과 비율 증가와 열과 피해는 해마다 심각해진다. 자연재해에 가까운 위험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흡수할 정책적 안전망은 여전히 빈약하다.
이제 와서 제주도가 내놓은 대책은 '공격적 마케팅', '고품질 중심 생산', '데이터 기반 수급 관리'라는 3대 전략이다.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것은 전략이라기보다 미봉책에 불과하다. 무관세 전환이라는 구조적 불평등 앞에서 마케팅 강화와 품질 고도화로 경쟁력을 갖춘다는 논리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값싼 미국산 만다린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비싸도 좋은 제주 감귤"이라는 메시지만으로 시장을 지킬 수 있을까. 더구나 무관세 전환이 현실이 된 뒤에야 품질 기준을 다시 세우고, 미국산 만다린을 직접 사서 맛 비교 평가회까지 하는 모습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위기는 이미 시간표대로 다가오고 있었는데, 준비는 너무 늦었다.
이제 이 문제를 제주도만의 정책 역량으로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시장 개방은 중앙정부가 결정했다. 그렇다면 그 책임 역시 중앙정부가 져야 한다. 경쟁력 강화라는 추상적 구호를 넘어서, 농가가 실제로 버틸 수 있는 구조적인 방어 체계가 필요하다.
FTA 피해를 전제로 한 소득 안정 장치의 상시화, 만감류 전환 농가에 대한 중장기 보전 대책, 기후변화 대응 품종과 재배기술에 대한 투자, 그리고 수입 과일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원산지 관리와 유통 질서 확립까지, 이 모든 것이 정부 정책 패키지로 묶여야 한다. 작년에 종료된 FTA 피해보전직불금 제도의 연장 요구가 "건의"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13년 전부터 예고된 위기 앞에서, 우리는 너무 오래 미뤄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마케팅 강화'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구조적 해법이다. 미국산 만다린 무관세 시대, 예고된 위기 앞에 제주감귤을 지킬 우산이 아니라 방파제가 필요하다.
민영뉴스통신사 국제뉴스/startto2417@daum.net
<저작권자 Copyright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