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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되는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에흐르 테스트 시스템스(AEHR)가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AI 반도체 테스트 장비를 앞세워 고성장하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면서 업체의 주가는 2026년 들어 2거래일 사이에만 약 12%에 달하는 상승 탄력을 과시했다. 1월5일(현지시각) 종가는 23.49달러로, 최근 1년 사이 상승폭이 39.41%로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되는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 에흐르 테스트 시스템스(AEHR)가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AI 반도체 테스트 장비를 앞세워 고성장하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면서 업체의 주가는 2026년 들어 2거래일 사이에만 약 12%에 달하는 상승 탄력을 과시했다. 1월5일(현지시각) 종가는 23.49달러로, 최근 1년 사이 상승폭이 39.41%로 나타났다.
연초 불과 2거래일 사이 두 자릿수의 주가 급등은 1월8일로 예정된 2026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 및 컨퍼런스 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업체는 지난 12월29일 실적 발표 일정을 공지했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이 월가의 예상치를 상회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소위 '바닥 통과'와 AI 수혜에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회계연도 1분기 매출액은 1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가까이 감소했지만 업체는 주당 0.01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해 0.01달러 적자를 예상한 월가의 예상을 뒤집었다. 다만, 일반회계원칙(GAAP) 기준으로는 210만달러 순손실을 냈다.
매출액 급감은 전년도 1분기 소모품 매출이 이례적으로 강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월가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 표정이다. 수익률은 후퇴했다. 회계연도 1분기 비GAAP 기준 총마진이 37.5%를 기록해 전년 동기 54.7%에서 17%포인트 떨어졌다.
업체는 판매 물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줄어들면서 고정비 부담이 매출액에 더 크게 씌워졌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고마진 소모품 비중이 줄어들면서 제품 믹스가 악화됐고, 조립과 품질 보증 비용 상승 및 관세 인상이 수익성에 흠집을 냈다는 얘기다.
에흐르의 핵심 사업 부문을 나타낸 일러스트 [일러스트=뉴스핌] |
실적이 여전히 신통치 않은데도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달아오른 데는 AI 사업 부문의 고성장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업체는 지난 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예약(booking)이 1140만달러로 집계됐고, 백로그(backlog)가 1550만달러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백로그가 1750만달러라는 얘기다.
AI 및 전력 반도체 관련 장비와 이른바 번인(burn-in) 수요가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되자 투자자들은 회계연도 2분기 이후 에흐르 테스트 시스템스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와 AI 반사이익에 따른 성장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베팅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에흐르 테스트 시스템스 [사진=업체 제공] |
번인은 반도체 칩을 일부러 혹사 시켜서 초기에 빨리 고장날 것들을 미리 골라내는 내구성 테스트를 의미한다.
반도체를 보통 125도 내외의 높은 온도에서 높은 전압과 전류로 몇 십~ 몇 백 시간 동안 계속 동작 시키면서 스트레스트를 주는 시험이다. 이렇게 극한 조건을 걸어주면 숨겨져 있던 잠재 결함이 단시간에 드러나고 고장 난 칩은 공장에서 걸러낸다.
굳이 업체들이 번인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아무런 테스트 없이 칩을 출하할 경우 사용 초기에 갑자기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번인을 통해 초기 고장 후보를 공정 단계에서 걸러내면 실제 현장에서 고장률이 크게 낮아지고, 비용과 브랜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때문에 서버와 자동차, AI 가속기 등 신뢰성이 중요한 곳에서는 번인이 필수다.
에흐르의 핵심 사업은 이 같이 웨이퍼 레벨의 번인과 패키지 번인 장비, 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다. 고객이 AI 칩 전력 반도체를 대량으로 혹사 테스트 할 수 있도록 하는 장비를 공급한다고 보면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본사를 둔 업체는 웨이퍼 레벨 번인(WLBI)에 특화된 반도체 테스트 장비를 생산한다. 탄화규소·실리콘카바이드(SiC) 및 질화갈륨·갈륨나이트라이드(GaN) 전력 반도체와 AI 프로세서 등 고신뢰성 칩을 대량으로 '구워보고(번인)' 불량을 걸러내야 하는 업체들에게 에흐르의 장비는 필수다.
업체는 전력 반도체용 웨이퍼 레벨 니치 시장에서 사실상 선도 기업으로 인정 받는다. 글로벌 ATE(자동 테스트 장비) 시장에서는 어드반테스트나 테라다인 등 대형 업체들이 지배적인 입지를 확보했지만 SiC 전력 반도체용 웨이퍼 레벨 번인이라는 세부 시장에서는 에흐르가 50%를 웃도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AI 프로세서까지 포괄하는 독특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평가다.
에흐르의 장비는 반도체 업계 뿐 아니라 전기차(EV)와 충전 인프라. 재생에너지, 통신 인프라, 그 밖에 메모리와 컴퓨팅까지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사용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FOX-XP와 FOX-P 시리즈가 꼽힌다. 다수의 웨이퍼를 동시에 테스트, 번인하는 대량 생산용 WLBI 시스템으로, SiC와 GaN 전력 반도체부터 플래시 메모리, 포토닉스, AI 프로세서 등 고전력 디바이스용으로 설계됐다.
한 시스템에서 최대 18장까지 웨이퍼를 병렬로 처리할 수 있어 고가의 SiC 번인 비용을 크게 낮추는 경쟁력을 지녔다.
웨이퍼팩(WaferPak)과 다이팩(DiePak) 컨택터도 에흐르의 대표 상품이다. 웨이퍼 전면을 한 번에 접촉해 전원을 인가, 측정하는 독자 패키지로, 소위 '풀 웨이퍼 번인'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소모품이다. 장비를 한 번 설치하면 소모품 판매가 반복적인 매출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업체의 수익성에 기여도가 높다.
이와 함께 소노마(Sonoma) 시스템은 패키지 레벨 번인(PLBI) 및 신뢰성 테스트 플랫폼으로, AI 프로세서와 고성능 칩 패키지 테스트에 사용된다.
에흐르는 니치 마켓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비용 구조 측면에서도 경쟁사에 비해 강점을 지니고 있다. 웨이퍼 단계에서 한 번에 번인을 수행해 모듈과 패키지 레벨에서 개별로 '굽는' 방식보다 테스트 비용과 시간, 장비 수를 줄일 수 있어 SiC처럼 번인 시간이 긴 디바이스에서 경제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른바 턴키 솔루션도 에흐르의 차별성으로 꼽힌다. 업체는 AI 프로세서 시장에서 웨이퍼 레벨과 패키지 레벨 번인을 모두 제공하는 유일한 턴키 공급사에 해당한다. 이 밖에 고객 밀착형 엔지니어링이 에흐르의 강점이다. 상위 몇 개 고객과 공동으로 번인 조건과 테스트 패턴을 설계하는 형태로 진입해 한 번 채택되면 대규모 증설까지 독점 공급을 유지하는 사례가 상당수다.
에흐르의 매출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FOX-XP와 소노마 같은 웨이퍼 레벨 번인 테스트와 메인 장비를 포괄하는 시스템 부문과 장비에 꽂아 사용하는 인터페이스 보드 및 소켓류를 포함하는 소모품에 해당하는 콘택터 및 캐리어 부문, 마지막으로 설치와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 등 서비스 부문이다.
이 가운데 시스템 부문은 매출 규모를 확대하는 데 힘을 실어주고, 콘택터와 서비스 사업 부문은 이익률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업체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바에 따르면 콘택트 제품군이 2025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의 약 65%를 차지해 전체 비즈니스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과 한국, 대만 등 아시아가 전체 매출액의 60%를 웃도는 비중을 차지하고, 미국이 30% 안팎으로 파악됐다. 유럽은 한 자릿수의 비중에 그치는 모습이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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