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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누구의 편에 세울 것인가[문성후의 킥]

이데일리 성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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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누구의 편에 세울 것인가[문성후의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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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를 깨우는 리더십 인사이트(36)
AI는 리더의 판단 구조를 학습하고 증폭시킨다
고객 중심 vs 내부 권력 중심…조직 미래 좌우
[문성후 경영학박사·외국변호사] 올해 10대 그룹 신년사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과 고객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단어가 더 이상 서로 다른 영역의 언어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기술 전략의 언어와 경영 철학의 언어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지금 리더들에게 던지는 매우 명확한 질문이라고 봅니다. ‘AI를 누구의 편에 세울 것인가?’

AI 시대 리더십의 본질은 ‘얼마나 최신 기술을 도입했는가’에 있지 않습니다. ‘그 기술을 누구의 판단 기준으로 설계했는가?’ 여기에 있습니다.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장면을 요즘 들어 더 자주 떠올립니다. 단순한 미담이 아니라, AI 시대 리더십의 기준점을 설명할 때 가장 정확한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업무차 힐튼호텔을 찾았다가 지하 식당에서 우연히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잠시 뒤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시 마주친 장면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김 회장은 직접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거의 90도로 허리를 숙인 채 손님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수행 비서가 옆에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당시 대우그룹은 전성기였고, 김우중 회장은 이미 백발의 노인이었습니다. 호텔 로비라는 공개된 공간에서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날 저는 리더십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게 됐습니다. ‘리더의 위에는 언제나 고객이 있다’

AI 시대에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날카로워집니다. 왜냐하면 AI는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AI는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AI는 리더의 판단 구조를 그대로 학습하고 증폭시킬 뿐입니다. 고객 중심으로 설계된 판단은 AI를 만나 더 정교해지고, 내부 권력이나 관성에 묶인 판단은 AI를 만나 더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경영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AI 전략을 논하기 전에, 조직 안에서 고객의 자리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재배치하십시오.”


우리는 매달 월급을 받습니다. 이 돈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회사도, 사장도 아닙니다. 결국 고객의 지갑입니다. 모든 기업이 ‘고객 제일’을 외치는 이유는 윤리가 아니라 구조적 현실 때문입니다. 특히 저성장과 장기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에는 더 그렇습니다. AI는 비용을 줄여줄 수는 있어도, 수익을 창출할 수는 있어도 고객을 대신해 우리에게 돈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리더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고객을 직접 만날 일이 없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이 말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습니다. 조직은 점점 플랫폼화되고, 모든 의사결정이 데이터로 기록되며, 내부 판단은 언제든 ‘고객 경험’으로 전환됩니다. 당신이 직접 고객을 만나지 않더라도, 당신의 판단·말투·우선순위 설정은 이미 고객을 향해 노출되고 있습니다. AI는 이 과정을 더 빠르고 투명하게 만들 뿐입니다.

AI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의 다음 행동을 예측합니다. 하지만 누구를 우선으로 판단할 것인지는 AI가 결정하지 않습니다. 그 기준을 세팅하는 것은 여전히 리더입니다. 그래서 저는 AI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AI는 리더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리더와 함께 고객을 섬기는 에이전트이다.’


이 정의가 분명하지 않은 조직일수록 AI는 통제되지 않고, 고객과 멀어집니다. 제가 함께 일했던 한 부사장은 회의 중 잘못 걸려온 전화에도 정중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늘 고객을 대해온 태도가 몸에 배었고, 그 태도가 리더십의 운영 체계였습니다. 태도는 상황이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영화 ‘킹스맨’의 대사를 빌리자면, 매너는 사람을 만듭니다. AI 시대에는 태도는 리더의 판단 기준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저는 리더들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AI를 잘 쓰는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AI와 함께 고객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고굉지신(股肱之臣)’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리와 팔 같이 중요한 신하라는 뜻으로, 임금이 가장 신임하는 신하를 이르는 말입니다. 지금 AI는 여러분의 고굉지신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AI도 결국 고객을 위해 일하는 에이전트입니다. 그리고 그 에이전트를 어디로 향하게 할지는, 지금도 앞으로도 리더의 태도 시스템이 작동해서 결정될 것입니다. 그러니 고객을 늘 우선으로 두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