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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키움·메리츠 ‘외화 예탁금’ 연 2% 시대… 서학개미 “굳이 환전할 이유 없네”

조선비즈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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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키움·메리츠 ‘외화 예탁금’ 연 2% 시대… 서학개미 “굳이 환전할 이유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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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급격한 원화 약세의 주범으로 ‘서학 개미(해외 주식 투자자)’를 지목하며 급기야 미국 주식을 팔고 한국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서학 개미 귀환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최근 증권 계좌에 달러를 보유할 경우 지급되는 이자 수준이 높아지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새해부터 외화 예탁금에 비교적 높은 이자(이용료)를 지급하는 증권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메리츠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은 미 달러화 기준 평균잔액이 100달러~1000달러인 예탁금에 최고 연 2%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평균 잔액 5,000달러 기준 연 0.8%의 금리를 책정해 업계 최고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파격 행보도 눈에 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00달러 이하 예탁금에 연 0.01%의 미미한 이자율을 적용했으나, 올해부터 이를 연 2%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반면 삼성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의 외화 예탁금 이용료율은 0.1~0.3%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대형사 간에도 이자 지급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한 증권사 미국 주식 관련 광고./연합뉴스

서울 한 증권사 미국 주식 관련 광고./연합뉴스



증권사는 투자자가 주식 매매를 위해 계좌에 넣어둔 유휴 자금인 ‘예탁금’에 대해 일종의 이자인 이용료를 지급한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고객의 예치금을 한국증권금융 등에 맡겨 운용 수익을 내면서도 정작 투자자에게는 생색내기식 이자만 지급해, ‘고객 돈으로 증권사 배만 불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에 관한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외화 예탁금 역시 원화와 동일하게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이용료를 산정할 것을 권고했다.


문제는 외화 예탁금에 이자를 지급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이자 수준도 높아지면서 서학 개미가 보유한 달러가 시장에 나오지 않을 유인이 커졌다는 점이다.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풀어 원화 절하 추세를 완화하려는 당국의 정책 기조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금융 당국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증권사의 해외 주식 투자 독려 마케팅을 정조준하고, 비과세 카드까지 내놓으면서 ‘미장에서 국장으로의 U턴’을 독려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국내 시장 복귀 계좌’(RIA)를 통해 1인당 해외 주식 매도액 5000만원을 한도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차등 부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환율 안정과 함께 국내 증시 부양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외화 예탁금 금리가 매력적인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상황이 꼬였다. 투자자 입장에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계좌에 넣어두는 ‘파킹’만 해도 짭짤한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국 경제·산업 상황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환율을 단순히 서학 개미 탓으로 돌린 금감원의 허술한 대응이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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