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택시 운전자 대부분 고혈압·당뇨 등 1종류 이상 약 복용
운전시 ‘졸린 약’ 안내 못 받고 구체적 복약지도도 ‘실종’
영·프 등 해외 주요국선 약물별 안전 지침 제공
“음주와 약물 달라…의·약사 안내 의무화해야”
운전시 ‘졸린 약’ 안내 못 받고 구체적 복약지도도 ‘실종’
영·프 등 해외 주요국선 약물별 안전 지침 제공
“음주와 약물 달라…의·약사 안내 의무화해야”
[이데일리 석지헌 염정인 기자] “나이 먹고 여기저기 아픈데 약 안 먹고 버틸 수 있나요. 사고 내고 싶은 기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어떤 약이 위험한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죠.”
5일 오전 김포공항 택시 승차장에서 만난 이모(73)씨는 최근 발생한 종각역 택시 사고 소식을 언급하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고령 운전자를 향한 따가운 시선을 이해한다면서도 사고의 책임이 오롯이 개인의 부주의로 전가하는 분위기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운전자가 스스로 자신의 안전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약물 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선진국의 사례처럼 우리도 약물운전으로부터 운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졸려서 물어보면 그제야 안내”…혼란스러운 운전자들
이날 이데일리가 서울 시내에서 만난 60~80대 고령 택시기사 15명은 모두 고혈압, 당뇨 등 1종 이상의 만성질환 약물을 복용 중이었다. 하지만 고령의 신체 상태와 약물이 결합할 때 나타나는 변화에 대해 체계적으로 안내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다수는 본인이 먼저 “졸음 성분이 있느냐”고 묻고서야 주의 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5일 오전 김포공항 택시 승차장에서 만난 이모(73)씨는 최근 발생한 종각역 택시 사고 소식을 언급하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고령 운전자를 향한 따가운 시선을 이해한다면서도 사고의 책임이 오롯이 개인의 부주의로 전가하는 분위기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운전자가 스스로 자신의 안전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약물 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선진국의 사례처럼 우리도 약물운전으로부터 운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졸려서 물어보면 그제야 안내”…혼란스러운 운전자들
이날 이데일리가 서울 시내에서 만난 60~80대 고령 택시기사 15명은 모두 고혈압, 당뇨 등 1종 이상의 만성질환 약물을 복용 중이었다. 하지만 고령의 신체 상태와 약물이 결합할 때 나타나는 변화에 대해 체계적으로 안내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다수는 본인이 먼저 “졸음 성분이 있느냐”고 묻고서야 주의 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고혈압과 당뇨 등 여러 약을 먹고 있다는 윤모(72)씨는 “나이가 들수록 복용하는 약도 늘어나는데 약 때문에 졸린 경우가 있다”며 “병원에 물어봐야 약을 섞어 먹다보면 그럴 수가 있다는 조언을 듣는다”고 했다. 이어 “커피도 마시고 쪽잠도 자면서 졸음을 쫓는다”며 “법인택시는 사납금을 채워야 하니 잠깐 멈추고 자는 것도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20년째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오철규(66)씨는 “졸음을 유발하는 약을 먹는 건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라면서도 “의사나 약사가 먼저 안내해주진 않아 불편한 경우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리 조심해야 하는 대목을 알려준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새벽 출근이 잦은 택시 기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복약 지도도 문제였다. 서울역 택시 승차장에서 만난 김성준(64)씨는 “병원에선 자기 전에 먹으라는데 새벽 3시에 출근하는 입장에서는 주행시간에 약 기운이 남아있다”며 “개별 근무 환경에 맞춘 세밀한 가이드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과 교수는 “고령층은 여러 개의 약을 먹는 경우가 흔하다. 부적합 성분을 중복 섭취하면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의사와 약사가 몇 시간 운전 금지 등 구체적 안내를 하는 복약 지도 강화가 1단계 과제”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해외선 ‘안전 운전 표기’ 의무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국에서는 운전자가 약물을 복용할 때 스스로 안전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약물 겉면에 자동차 모양 아이콘과 색깔 등급(노랑·주황·빨강)을 의무 표기해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위험을 인지하게 한다. 영국과 노르웨이는 약물별 운전 가능 기준치를 명확히 제시해 의료진과 운전자가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을 공유하게 한다. 미국과 호주는 의사가 면허 당국과 연계해 고위험군 운전자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사고의 책임을 운전자에게만 묻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정보를 제공해 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는 기준을 객관화할 수 있지만 약물은 성분과 효과가 다양해 획일적 규정이 어렵다”며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골라내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노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의·약사에게 ‘몇 시간 동안 절대 운전 금지’와 같은 구체적 안내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