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부모·골프 모임 파고들어
대부분 강남·수서·송파 집중
“모르고 모집책 가담해도 처벌”
대부분 강남·수서·송파 집중
“모르고 모집책 가담해도 처벌”
자녀가 초등학교에 재학하던 2010년 학부모 모임에서 만나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지인이 잔인한 가해자로 돌변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A 씨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택배 차량 번호판 사업에 투자하라”는 지인의 권유에 속아 5억 3000만 원을 잃었다. 일주일에 몇 번이나 얼굴을 볼 정도로 막역했던 사이였기에 의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인이 권유한 투자의 실상은 후순위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을 마치 수익금인 양 배분하는 전형적인 ‘돌려막기’ 수법이었다. 약속받은 이자 지급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A 씨는 “믿었던 사람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들으며 버티는 사이 생활이 어려워져 안 하던 일까지 하게 됐다”며 “집안 분위기까지 크게 흔들려 지금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에 거점을 둔 한 컨설팅 업체는 더욱 조직적인 수법으로 수백억 원대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들은 지난해 6월께 일명 ‘압구정 센터’에서 미국 국채와 우량 회사채를 거래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며 골프 모임 내 자산가들을 유혹했다. 업체 대표와 가까운 사이임을 과시한 ‘지인 모집책’이 전면에 나서 “매달 5~10%의 고수익은 물론 원금까지 확실히 보장한다”며 투자를 종용했다. 모집책은 모인 투자금의 15% 정도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으며 범죄의 판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약 400억 이상의 금액을 받아 챙겼다고 주장한다.
지인이 권유한 투자의 실상은 후순위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을 마치 수익금인 양 배분하는 전형적인 ‘돌려막기’ 수법이었다. 약속받은 이자 지급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원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A 씨는 “믿었던 사람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들으며 버티는 사이 생활이 어려워져 안 하던 일까지 하게 됐다”며 “집안 분위기까지 크게 흔들려 지금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에 거점을 둔 한 컨설팅 업체는 더욱 조직적인 수법으로 수백억 원대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들은 지난해 6월께 일명 ‘압구정 센터’에서 미국 국채와 우량 회사채를 거래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며 골프 모임 내 자산가들을 유혹했다. 업체 대표와 가까운 사이임을 과시한 ‘지인 모집책’이 전면에 나서 “매달 5~10%의 고수익은 물론 원금까지 확실히 보장한다”며 투자를 종용했다. 모집책은 모인 투자금의 15% 정도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으며 범죄의 판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약 400억 이상의 금액을 받아 챙겼다고 주장한다.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미끼로 자금을 조달하는 유사수신 범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폭증하고 있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향한 대대적인 광고 대신 강남권 자산가들의 ‘지인 커뮤니티’를 정밀 타격하는 형태로 범죄 수법이 진화하는 추세다.
5일 서울경제신문이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집계된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범죄는 1567건을 기록했다. 이미 2024년 전체 1426건을 뛰어넘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2021년(496건)과 비교하면 불과 4년 새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특히 소득 수준이 높은 서울 강남 일대의 쏠림 현상이 심각했다. 일선 경찰서별로 보면 지난해 들어 11월까지 강남서 관할 사건이 442건을 기록하며 서울청(694건)의 63.7%를 차지했다. 서초(50건)와 수서(75건)까지 포함한 강남권 3곳 경찰서의 비중은 서울청의 81.7%에 육박한다.
법조계에서는 특히 지인 간의 두터운 신뢰를 범죄의 도구로 삼는 수법이 고액 자산가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유사수신은 금융 당국의 인허가 없이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약속하며 자금을 끌어모으는 행위를 뜻한다. 과거에는 △부동산 △가상자산(코인) 투자 △태양광 사업체 등을 내세운 대대적인 광고나 다단계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강남과 송파 일대의 학부모회나 계모임처럼 밀접한 지인 커뮤니티가 표적이 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가해자들은 통상 실체가 없거나 수익이 낮은 사업을 과장해 설명하며 투자자를 모집한다. 수익금인 줄 알고 일부를 돌려받은 투자자가 돈을 계속 쏟아부으면서 전체 피해 규모가 불어나는 구조다.
이른바 ‘전문 모집책’이 아니더라도 실상을 잘 모른 채 주변인을 끌어들였다가 공범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모집책들은 일반적으로 유치한 자금의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는다. 이 과정에서 눈앞의 수익에만 몰두한 나머지 사업의 실체를 확인하지 않고 일상적 모임의 지인들에게 투자를 유인하는 행태도 잇따르는 분위기다. 법원은 이런 모집책에게도 미필적 고의를 적용해 공범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초 법률사무소 대중 변호사는 “지인을 믿고 퇴직금을 투자했다가 모두 잃어버린 피해자들의 황망함이 상당하다”며 “국가가 유사수신 범죄 수익을 의무적으로 몰수·추징해 피해자에게 돌려주도록 하는 법 개정 논의와 더불어 가담자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신서희 기자 sh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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