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
왜 명태균-김건희 공천개입 스캔들과 통일교의 조직적 당원가입 사건이 벌어졌는가. 과연 우연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는 강성당원이 공천을 좌우하고 공천이 당선으로 직결되는 대중정당의 구조에선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여야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원 비중을 높이는 공천룰을 선택했다. 이는 문제해결에 반하는 조치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 선출에서 상무위원과 권리당원 투표를 각각 50% 반영했고 국민의힘은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비율을 기존 50대50에서 70대30으로 강화하려 한다. 명분은 '당원 참여 확대'지만 실상은 강성당원과 팬덤의 극대화다.
문제는 이런 공천룰이 정책과 능력보다 충성도와 팬덤 친화성을 기준으로 공천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개딸' '윤어게인' 같은 극단적인 팬덤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 뻔하다. 이 상황에서 후보자들은 중앙당과 팬덤에 줄을 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지방선거는 주민을 대표하는 선거가 아니라 당내 강성팬덤이 승부를 겨루는 장이 된다. 지방정부·의회는 중앙정치에 종속되고 지방자치와 주민자치는 껍데기만 남는다. 결국 정당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는 강성당원의 목소리에 포획되며 민생정책은 외면된다. 경쟁자 간의 대화와 토론, 숙의, 공존에 기초한 공화주의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강성당원 중심의 공천과 여론조사 공천은 '비명횡사' 공천과 '일극체제'라는 팬덤정치 강화, 여론조사 회사와의 검은 유착으로 불신을 받았다. 그런데도 이를 개선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고 후안무치한 행태다.
강성당원의 표가 과다대표되면 공천경쟁은 정책능력이 아니라 어느 쪽 팬덤에 줄을 서느냐로 변질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지역주민과 현장을 잘 아는 유능한 후보가 탈락하고 주민들의 정치 효능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선출된 후보들이 누구를 대변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주민이 아니라 중앙당이다. 지방선거임에도 지역 현안과 자치역량은 뒷전으로 밀리고 지방의회와 지방정부는 중앙정치의 하청구조로 편입된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의 '1억원 돈공천 의혹'이 상징하는 바는 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후보에게 공천대가로 돈을 받는 것은 정치권의 오래된 폐습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지금도 공천대가로 뒷돈을 챙기는 의원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해법은 분명하다. 강성당원과 뒷돈을 동원하는 대중정당모델의 중앙당 공천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중앙당과 당권파가 독점한 공천권을 폐지하고 일반 유권자가 참여하는 '미국식 예비선거 제도에 기반한 원내정당 모델'을 제도화해야 한다. 더 강한 결집보다 더 넓은 대표성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다음 공천 스캔들은 피하기 어렵다. 고환율·고물가·고이자 3고 경제난 속에서 민생정치의 실종으로 국민을 다시 정치양극화의 희생양으로 만들어선 곤란하다. 이제는 지방자치·주민자치를 위해 공천방식과 정당모델을 재설계할 때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