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6일 개막하는 ‘CES 2026’은 인공지능(AI) 산업 경쟁의 현주소와 미래 판도를 생생히 보여주는 무대다. 전 세계 160개국 4600여 개 기업이 참가하는 올해 CES의 주제는 ‘혁신가들의 등장’이다. 그동안 머릿속이나 온라인 챗봇에 그쳤던 AI·로보틱스 같은 첨단 혁신 기술이 우리 일상과 산업 현장 곳곳에서 체현된다는 뜻이 담겼다. 기존 CES가 새 제품을 전시하는 행사에 그쳤다면 올해는 AI·로보틱스·모빌리티 등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 분야에서 ‘누가 이미 준비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인 셈이다.
한국 기업의 참가 규모는 삼성전자와 LG전자·현대자동차 등 800여 개에 달한다. 1000곳이 넘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삼성전자 단독 전시관은 벌써부터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국은 올해 CES 혁신상 수상작 338개 제품 중 208개, 최고 혁신상 30개 중 15개를 차지해 3년 연속 가장 많은 혁신상을 배출한 국가의 영예도 안았다. 하지만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 산업 현장에서 주목받는 첨단 혁신 분야의 시장 경쟁력은 미국·중국 등 주요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 로보틱스 분야에 참가한 우리 기업은 전체 598곳 가운데 130곳으로 미국(175곳)은 물론 중국(149곳)에도 밀렸다. 한국은 LG전자가 가정용 휴머노이드 ‘클로이드’를, 현대차가 미국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전동식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술 경쟁에서 중국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의 혁신력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데는 첨단산업 규제 탓이 크다.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획일적인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은 혁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다. AI 시대를 맞아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데 우리는 정치 논리에 갇혀 기본 전력 인프라 확보마저 위협받고 있다. 혁신의 불씨로 미래 성장 동력을 점화하려면 신산업 진입과 노동 유연성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이 구호나 선언을 넘어 적극적인 규제 혁파와 경제 살리기 입법으로 기업의 혁신 노력을 강하게 뒷받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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