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 점수가 2021년 79점에서 2025년 54.5점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12년간의 데이터는 이 하락이 단순한 침체가 아니라, 생태계가 성장과 조정을 거치며 판단 기준 자체를 재정립해온 과정임을 보여준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5일 발간한 '12년의 데이터로 본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스타트업 트렌드리포트 결산'은 2014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반복 조사한 문항들을 시계열로 분석해 창업자들의 인식 변화를 추적했다.
분위기 점수, 투자 환경과 동조
생태계 분위기 점수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55점 중반대를 유지하다 2017년 이후 상승세로 전환, 2021년 79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022년을 기점으로 급락해 2023년 46.5점까지 하락했으나, 2024년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2025년 54.5점을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은 벤처투자금액 추이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코로나19 시기 유동성 증가와 함께 분위기 점수도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2022년 금리 인상 등 외부 충격으로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평가도 동시에 하락했다. 분위기 점수가 자금 환경과 연동된다는 점은, 창업자들이 생태계를 평가하는 첫 번째 기준이 여전히 투자 접근성임을 보여준다.
정부 역할 평가, 경기 국면과 연동
정부 역할에 대한 평가는 2014년 43점에서 출발해 2021년 69점까지 장기적으로 개선됐다. 다만 2022~2023년 투자 혹한기에는 50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가 2025년 60.6점으로 회복됐다.
정부가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과제로는 조사 기간 전반에 걸쳐 '자금·투자 활성화'와 '규제 완화'가 상위권을 유지했다. 다만 세부 순위는 국면에 따라 달랐다. 성장 기대가 높았던 시기에는 인재 관련 과제가 부각됐고, 불확실성이 확대된 국면에서는 M&A·IPO에 대한 응답이 증가했다. 정부에 대한 기대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생태계가 처한 환경에 따라 조정돼 왔다는 의미다.
VC 선호, 집중에서 분산으로
선호하는 투자자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2019년에는 상위 3개 VC가 전체 1순위 응답의 64%를 차지했으나, 이후 집중도는 꾸준히 하락해 2024년에는 26%까지 낮아졌다. 2025년에는 28.5%로 소폭 반등했으나 과거와 같은 고집중 구간으로의 회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창업자들이 '정답 VC'를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스타트업의 단계, 산업, 투자 전략에 따라 선호하는 투자자가 달라지면서, 투자자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단일한 정답 구조에서 다층적 판단 체계로 이동한 것이다.
해외 진출, 확장에서 재검토로
해외 진출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4년 45%에서 2021년 90.9%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3년과 2025년에는 77% 수준에서 안정화됐다.
진출 고려 국가도 변화했다. 2014~2016년에는 미국과 중국이 상위권에 반복 등장했으나, 2019년 이후에는 동남아가 꾸준히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2018년까지 주요 진출 후보였으나 이후 상위권을 벗어났다. 시장 규모 중심의 접근에서, 진입 장벽과 사업 적합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기준이 이동한 셈이다.
외부 반응에서 내부 축적으로
12년의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호황과 불황의 반복이 아니다. 생태계 분위기, 정부 평가, 투자자 선호, 해외 진출까지—각 영역에서 창업자들의 판단 기준은 외부 환경에 단순히 반응하는 단계를 넘어, 경험과 정보의 축적을 통해 점차 정교해져 왔다. 이번 리포트는 그 변화의 궤적을 하나의 시계열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글 : 김문선(english@platum.kr)
ⓒ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 중화권 전문 네트워크' 플래텀, 조건부 전재 및 재배포 허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