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베네수엘라 전쟁에도 유가는 왜 안 뛰나…오히려 50달러 간다?

헤럴드경제 서지연
원문보기

베네수엘라 전쟁에도 유가는 왜 안 뛰나…오히려 50달러 간다?

서울맑음 / -3.9 °
원유 생산 인프라 피해 없다는 점에 시장 주목
제재 완화·수출 재개 기대가 가격 눌러
“베네수엘라 변수, 공급 증가 쪽으로 해석”
지난 2024년 2월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카베요 위치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의 엘 팔리토 정유소. [로이터]

지난 2024년 2월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카베요 위치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의 엘 팔리토 정유소. [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압송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지만, 국제 유가는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으며 시장의 예상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동이나 중남미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유가가 급등하던 과거 공식이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5일 오전 한때 배럴당 6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해 61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배럴당 56달러대까지 밀린 뒤 57달러 선을 회복했다. 군사 작전이라는 대형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공급 차질’보다 ‘공급 확대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가장 큰 배경은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시장 복귀 기대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에너지 에스펙츠의 설립자인 암리타 센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개입이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글로벌 시장 재유입을 앞당길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이 기대 자체가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원유 매장량 주요 국가 순위

세계 원유 매장량 주요 국가 순위



베네수엘라는 확인된 석유 매장량만 3000억 배럴을 넘는 세계 최대 자원국 중 하나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와 금융·물류 봉쇄로 실제 생산량은 하루 약 100만 배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최근에는 유조선 출입이 막히며 석유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고, 저장 시설 포화로 감산까지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센은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하루 20만~30만 배럴가량의 생산이 중단된 상태로 추정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감산 압력이 더 커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생산 정상화 기대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군사 작전에도 베네수엘라의 주요 원유 생산·정제 인프라는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은 ‘공급 회복 시계’를 앞당겨 보고 있다.

다른 산유국들의 대응 여력도 유가를 눌러놓는 요인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베네수엘라에서 일부 생산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지역의 증산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며 “글로벌 공급 과잉 기조가 이어질 경우 유가는 배럴당 50달러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최근 회의에서 기존 감산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회원국들은 올해 1~3월 증산을 중단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며, 시장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유럽계 에너지 분석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애널리스트는 “현재 원유 시장은 수급 펀더멘털보다 정치적 이벤트에 더 민감하지만, OPEC+는 단기 대응보다는 가격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유가 흐름은 ‘전쟁=유가 급등’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웠지만, 동시에 제재 완화와 원유 공급 정상화라는 시나리오를 시장에 던졌다. 공급 과잉 국면이 이어지는 한, 중남미발 군사 충돌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