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중·러 뒷배 확보한 北에 군사작전 가능성 높진 않아
왼쪽부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 / 사진=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행한 베네수엘라 공습은 '서반구'(Western Hemisphere)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서반구는 미국이 위치한 아메리카 대륙을 포함해 유럽·아프리카 서쪽 일부와 그린란드 등으로, 중국이 집중적으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해온 지역이다.
미국의 NSS에 중국이 21차례 거론될 때 북한은 1차례도 거론되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 문제는 후순위이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에 대한 전격적인 축출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저택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외부세력이 서반구에서 우리 국민을 약탈하고 우리를 반구 안으로 밀어 넣거나 밖으로 몰아내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서반구를 미국의 세력권으로 확고히 한다는 '돈로주의'(먼로주의와 트럼프 합성어) 원칙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먼로주의는 1823년 제임스 먼로 미국 대통령이 밝힌 고립주의 외교정책이다. 서반구에서 유럽 국가의 식민지 개발과 미주 대륙에 대한 간섭을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아메리카 대륙은 미국이 주인이니 유럽은 손을 떼라는 취지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5일 발표한 NSS에서도 "먼로주의에 '트럼프식 보완 원칙'을 적용하고 이를 확고히 유지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또 "미국은 서반구가 합리적으로 잘 통치되길 원한다. 나르코-테러리스트, 카르텔, 기타 초국가적 범죄 조직에 대해 우리와 협력하는 정부들을 원한다"며 "국경을 확보하고 카르텔을 물리치기 위한 표적 배치, 필요시 치명적 무력 사용을 포함하겠다"고 했다.
NSS에 베네수엘라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마약(narco)과 카르텔(cartel) 등의 표현은 여러번 등장했다. 미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를 마약 범죄의 근원지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16일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9월부턴 베네수엘라 등에서 나온 마약 운반 의심 선박 등을 격침하기도 했다.
미국의 공격은 NSS에 명시된 대로 자국 안보에 위해를 가하는 국가 지도자와 조직은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제거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NSS에 중국을 21차례 거론할 정도로 국가안보에 최우선순위로 대응할 위협 요인으로 평가했는데, 마두로 대통령의 친중 성향도 이번 축출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NSS에 북한이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은 점은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 문제가 후순위라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결국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축출한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군사작전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뒷배 삼아 핵무력 강화 의지를 내비치는 점도 미국의 군사작전엔 부담스러운 요소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개발 노선을 노골적으로 비호하고 있고, 중국은 그동안 견지해오던 북한 비핵화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지속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으로선 군사작전 대신 경제 제재 등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으로선 마두로 대통령의 생포 모습을 보면서 핵포기는 곧 정권 포기라는 인식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마두로 대통령의 생포는 김정은에게 실존적 위협과 핵 집착의 정당화라는 두 가지 강력한 메시지를 동시에 던질 수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김정은은 이라크 사담 후세인,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등의 정권 교체 사례를 자신의 통치와 생존에 직결된 교훈으로 삼아왔다"며 "북한은 압도적인 미국의 군사기술과 정밀타격 능력을 목격하면서 비핵화 협상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커질 것이고 이를 억제할 유일한 수단은 오직 핵무기 뿐이라는 인식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김정은이 정권 유지를 위한 보험 성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미국이 베네수엘라 내 석유 유전과 정유 시설에 투자한 지분이 베네수엘라 정부 소유로 바뀐 점을 이번 공격에 명분으로 활용한 만큼 북한 원산 개발 등 미국과의 거래에 대해선 신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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