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해 12월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법무부(대검찰청),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김민석 총리·여당선 “항소 포기”
검찰 지휘부 고심 끝에 절충안
내부 불만 불식 못해 뇌관 될 수도
검찰이 1심에서 25가지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항소했다. 여권은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 수사”라며 항소 포기를 압박하고 검찰 안에선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후폭풍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자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사진) 등 지휘부가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1심 무죄 판결에 항소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고 이대준씨의 월북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자진 월북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발표해 이씨와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부분’(사자 명예훼손 등)에 대해서만 항소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피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이 사건 관련 첩보 등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직권남용 관련 혐의 등은 ‘실익 등’을 고려해 항소하지 않았다.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 5명 가운데 박지원 전 국정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은 무죄가 확정됐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만 2심 재판을 받는다.
지난해 12월26일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를 포함한 여권은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이 무리하게 하명수사를 했다고 비판하면서 항소 포기를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과 이씨 유족은 검찰에 항소를 요구했다. 수사팀도 1심 법원이 자료 삭제 등 사실관계는 인정한 만큼 추가적인 법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며 항소 의견을 냈다.
검찰 지휘부는 지난해 11월 대장동 항소 포기 후 벌어진 검사들의 집단 반발 사태 재현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검사들은 이번 ‘일부 항소’에 대해 “검찰 지휘부가 정치적 결정을 했다”고 해석했다. A부장검사는 “공소사실이 많긴 했지만 서로 동떨어진 게 아니라, 이씨의 월북으로 몰아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벌어진 행위들”이라며 “첩보 삭제, 국방부 브리핑은 빼고 해경 브리핑에 대해서만 항소하면 공소유지가 어려울 텐데, 한쪽은 항소 포기를 요구하고 다른 쪽은 항소를 요구하니 일부 항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었던 박철우 현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내부의 눈총을 감수하고 완전 항소 포기 결정을 하기엔 부담이 컸을 거란 평가도 나온다. 박 지검장은 수사팀이 항소 제기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올리자 보완 지시를 내렸고, 보완된 보고서를 받은 뒤에도 별다른 지시 없이 막판까지 결재를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간부는 “지휘부는 검사가 비상식적인 일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면 뜻을 존중해주고 방패가 돼야 한다”며 “항소하겠다는 게 비상식적인 일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때와는 달리 검찰 내부 반발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일부 혐의라도 항소를 한 데다, 법무부가 대장동 항소 포기 때처럼 외압으로 비칠 만한 의견을 검찰에 전달하지도 않았다. 다만 검찰청 폐지가 다가올수록 일선 검사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대연·이홍근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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