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헌장 2조 '타국에 무력 사용 금지'…유엔 총장 "위험한 선례, 매우 우려"
美 '정권교체' 대신 '법집행' 강조…中 대만 침공·러 우크라전 명분 삼을 수도
美 '정권교체' 대신 '법집행' 강조…中 대만 침공·러 우크라전 명분 삼을 수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
(워싱턴·런던=연합뉴스) 김동현 조준형 김지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對)베네수엘라 공격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두고 국제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 등은 마두로 대통령 부부가 마약 밀매 관련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된 '피고인'임을 강조하며 이번 조치의 적법성을 주장했다. 정권 교체를 목적으로 한 군사 조치가 아니라 피고인 마두로에 대한 법집행이라는 식의 주장이다.
그러나 전쟁이 선포된 상황이 아닌 터에, 제3국(미국)이 유엔 회원국(베네수엘라) 정상을 그 나라(베네수엘라) 영토 안에서 군사작전을 통해 체포·해외 이송한 행위에 대해 주권 존중과 영토보전을 핵심으로 하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 원칙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3일(현지시간)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최근의 긴장 고조를 매우 염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베네수엘라의 상황과는 별개로 이런 전개는 위험한 전례가 된다"면서 "사무총장은 유엔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을 모두가 완전히 준수하는 것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한다"고 전했다.
이어 "사무총장은 국제법의 규칙이 준수되지 않았다는 데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사무총장은 베네수엘라 내 모든 행위자가 인권과 법치주의를 완전히 준수하며 포용적인 대화에 관여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유엔 헌장 제2조 4항은 "모든 회원국은 국제관계에서 다른 국가의 영토적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무력을 사용하거나 위협해서는 안 되며, 유엔의 목적과 양립하지 않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그런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위권 발동 차원이나 유엔 안보리의 승인이 없으면 무력 사용을 금지한다는 것이 유엔의 기본 방침이다.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베네수엘라 공격 항의 시위 |
베네수엘라의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도 "깊은 충격"이라면서, 미국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깊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중국은 미국이 주권 국가를 상대로 무력을 사용하고, 일국의 대통령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한 데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어 "중국은 미국에 의한 패권적 행위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미국의 이번 공격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침해하고,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또 "우리는 미국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준수하면서, 주권과 타국 안보 침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프랑스의 장 노엘 바로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마두로 체포로 이어진 군사 작전은 무력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국제법에 뒷받침되는 원칙을 위반한다"고 비판했다.
국제법 전문가들도 미국의 국제법 위반을 지적하고 있다.
전 시에라리온 유엔 전쟁범죄재판소 소장 제프리 로버트슨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미국은 이번 조치가 자위권 행사였다고 주장하겠지만 그를 뒷받침할 그럴듯한 방법이 전혀 없다"면서 "누구도 베네수엘라군이 미국을 곧 공격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영국 킹스턴대학 국제법 교수인 엘비라 도밍게스-레돈도도 이번 작전을 "타국에 대한 침략 범죄이자 불법적인 무력 사용"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위법성이 인정되더라도 세계 최강대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인 미국이 유엔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의 이번 국제법 위반 논란을 두고 대만을 노리는 중국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자신들의 침략적 행위를 정당화할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러시아를 두둔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를 직접 공격한 이런 시기야말로 대만을 군사적으로 장악할 최적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역시 전 세계의 종전 촉구를 무시하며 무력을 통한 현상 변경을 계속해서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마두로 대통령 체포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미국이 전지구적 역할에서 발을 빼고 지역적 패권 추구로 물러선다는 판단 하에 더욱 대범한 행보에 나설 수도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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