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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직원 공개 질책했다며 견책 처분한 법무부··· 법원 “취소해야”

서울경제 임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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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직원 공개 질책했다며 견책 처분한 법무부··· 법원 “취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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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원 무단 하선으로 출입국사범 발생
소환조사 미실시한 채 심사결정서 교부 결정
A씨, 부하 직원과 공개 사무실서 약 30분간 문답
법무부 “고성 질책으로 비인격적 대우” 견책 처분
法 “A씨, 모욕적 표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려워”


직원들이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고성으로 부하 직원을 질책했다는 이유로 견책 처분을 내린 법무부의 조치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진현섭)는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견책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해 11월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A씨는 법무부 소속 공무원으로 출입국·외국인청 산하기관의 소장으로 근무했다. 문제는 2023년 7월 무단 하선한 외국인 선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부하 직원인 B씨는 해당 선원들에 대해 소환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출입국사범에 대한 심사결정서를 작성한 뒤, 선박을 직접 찾아가 이를 교부했다. 이후 A씨와 B씨는 직원들이 있는 사무실에서 선원들에게 심사결정서를 교부하게 된 경위 등을 두고 약 30분간 문답을 진행했다.

법무부는 다음 해 6월 해당 문답과 관련해 “A씨가 약 15분간 큰 소리로 질책해 B씨를 비인격적으로 대우했다”며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A씨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같은 해 7월 소청심사위원회에 징계 취소를 구하는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위원회는 이를 기각했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에게 반말을 하거나 고성을 지른 사실이 없고, 비인격적으로 대우하는 취지의 발선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해당 상황을 목격한 여러 직원들이 A씨가 B씨를 과도하게 질책했다고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문답 내용을 녹음한 파일과 관련 증거를 종합한 결과, A씨가 고성을 지르거나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녹취파일 등에 따르면 A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교적 일정하고 크지 않은 목소리로 발언했다”며 “기관장으로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부하 직원의 업무 처리를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는 문답 초반에 잠시 소장실로 들어가자고 언급했을 뿐”이라며 “공개된 장소에서 A씨와 문답하는 상황을 몹시 꺼려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문답이 지나치게 장시간 이뤄졌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B씨가 해당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는 이미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문답 이후 치료 사실만으로 A씨의 질책이 사회통념상 허용 범위를 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임종현 기자 s4ou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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