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 일렉코노미(Eleconomy)]<상편>③
주요 태양광 발전 소재의 글로벌 중국산 점유율/그래픽=최헌정 |
재생에너지 시대라고 다르지 않다. 화석연료 없이 태양과 바람으로 에너지를 만든다 해도 그 이면의 공급망 리스크는 여전하다. 값싼 중국산 태양광의 공습은 국내 생태계를 초토화했다.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을 장악한 중국산은 이제 단순한 시장 논리를 넘어 시스템 리스크로 진화했다.
새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선 값싼 중국산과 경쟁할 수 있도록 미국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와 같은 강력한 보조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불편한 진실은 밸류체인 전체가 중국에 잠식됐다는 점이다.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핵심이다. 폴리실리콘으로 잉곳을 만들고, 그 잉곳을 얇게 잘라 웨이퍼를 만든다. 웨이퍼 표면에 반도체 공정을 적용해 셀을 만들고 그 셀을 조립해 완제품인 모듈을 만든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태양광 모듈의 84.6%가 중국산이다. 셀(91.8%), 웨이퍼(98%), 폴리실리콘(92%) 등 핵심 소재는 사실상 전량 중국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상 전세계 태양광 산업 전체가 중국산에 잠식된 셈이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전세계 태양광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갔다.
태양광 셀 국내시장 점유율/그래픽=최헌정 |
과도한 중국 의존도는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화석연료 시대의 에너지 안보가 자원 수급 문제였다면 전기 시대의 에너지 안보는 시스템의 문제다. 전력망은 IT 기술로 고도화됐지만 그만큼 사이버 공격에 취약하다.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의 '킬스위치' 의혹이 단적인 예다. 인버터는 태양광 전력을 전력망에 송전하고 제어하는 '두뇌'다. 미 에너지부는 올해 초 중국산 인버터에서 의문의 통신장치를 발견하고 백도어 가능성을 제기했다.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원격조종을 통해 전력을 차단할 수 있는 킬스위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인버터 시장마저 중국산 점유율이 90%에 육박한다.
에너지 주권을 지키려면 무너진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 무늬만 국산화여선 안 된다. 지난해 국산 태양광 모듈 점유율은 41.6%였지만 그 속을 채운 셀은 대부분 중국산이었다.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전 과정의 '진짜 국산화'가 필요하다.
문제는 결국 돈이다. 중국산 폴리실리콘은 1kg당 5달러 수준인 반면 비중국산은 18~20달러에 달한다. 국내 업체들이 고비용을 감수하고 국내산 소재를 사용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3~4배 이상 차이를 애국심만으로 극복할 순 없다. 파격적인 수준의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업계는 미국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모델을 주목한다. 미국은 자국 내 생산 기업에 확실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중국을 견제한다. 우리도 킬로와트(kW)당 세액공제와 같은 과감한 혜택을 도입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판을 뒤집을 과감한 지원이 있어야 무너진 재생에너지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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