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빛을 받으며 가볍게 걷는 것만으로도 생체리듬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햇빛 노출은 우울감을 완전히 없애는 만능 해법은 아니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신호로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아침 햇빛을 쬐면 우울감이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아침 햇빛 10분 루틴’이라는 이름으로 SNS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햇빛이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하고 생체리듬을 되돌려 기분까지 개선해 준다는 설명이 덧붙는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아침 햇빛이 수면과 각성 리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그 효과를 우울감을 즉각 없애는 해결책처럼 받아들이는 데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 햇빛의 핵심 역할은 ‘기분 개선’보다 ‘리듬 조절’
아침 햇빛은 뇌의 시교차상핵(SCN)을 자극해 생체시계를 하루 주기로 재설정한다. 이 과정에서 밤에 분비되는 멜라토닌의 분비 시점이 앞당겨지고, 아침 각성 신호가 또렷해진다. 결과적으로 밤에 잠들기 쉬워지고, 낮 동안 졸림과 피로가 줄어들 수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아침 햇빛의 효과는 기분을 직접 끌어올린다기보다, 무너진 하루의 리듬을 바로잡는 데 가깝다.
햇빛은 세로토닌 분비에도 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세로토닌은 기분 안정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로, 낮 동안 충분한 빛 자극이 주어질 때 분비 리듬이 안정된다. Mayo Clinic은 자연광 노출이 생체리듬을 조절하고 계절성 우울감 관리에 보조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수준이지, 치료 효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 ‘10분’은 최소 기준…계절·날씨에 따라 효과 달라
아침 햇빛 10분이라는 시간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빛의 강도는 계절과 날씨,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여름철 직사광선과 겨울철 흐린 날의 햇빛은 밝기부터 다르다.
Sleep Foundation은 실외 자연광이 실내 조명보다 훨씬 강하지만, 겨울철이나 흐린 날에는 더 긴 노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10분’은 편의상 제시되는 최소 기준에 가깝고, 개인과 환경에 따라 체감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특히 경계하는 부분은 아침 햇빛을 우울증이나 기분 장애의 직접적인 해결책으로 받아들이는 해석이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는 우울 증상이 지속되거나 일상 기능에 영향을 줄 경우,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전문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힌다. 아침 햇빛은 기분을 지지하는 환경 요인일 뿐, 의학적 치료를 대체할 수는 없다.
아침 햇빛을 받으며 가볍게 걷는 것만으로도 생체리듬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햇빛 노출은 우울감을 완전히 없애는 만능 해법은 아니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신호로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 수면부채가 쌓였다면 효과도 제한적
아침 햇빛의 효과는 ‘잠이 어느 정도 회복돼 있다는 전제’ 위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수면 시간이 만성적으로 부족하거나 밤낮이 뒤바뀐 상태라면, 햇빛만으로 생체리듬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햇빛 노출과 함께 취침 시간 고정, 야간 스마트폰 사용 제한, 늦은 시간 카페인 섭취 조절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침 햇빛은 우울감을 단번에 지워주는 스위치라기보다, 하루의 출발선을 다시 맞추는 신호에 가깝다. 반복적인 빛 자극은 밤과 낮의 경계를 또렷하게 만들고, 뇌에 ‘이제 하루를 시작할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 신호가 쌓일수록 수면은 정돈되고, 기분의 변동 폭도 완만해질 수 있다. 하지만 햇빛만으로 모든 정서적 부담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스트레스와 수면부채가 누적된 상태라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햇빛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빛이 생활 전반의 리듬을 얼마나 회복시키느냐다. 아침 햇빛은 치료가 아니라, 하루를 다시 정렬하기 위한 출발선이다.
참고·출처 링크
Sleep Foundation: Light and Sleep
Mayo clinic: 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NIMH): Depression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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