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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없이 일본 간다고?...한일 국경 장벽, 진짜 없어질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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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없이 일본 간다고?...한일 국경 장벽, 진짜 없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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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생존의 연대]<2-⑥>

[편집자주] 2025년은 갈라진 세계, 갈라진 경제를 체험한 해다. 세계 경제는 보호무역 확산과 다자주의 붕괴로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놓였다. '지경학(geoeconomics)의 시대', 한국 경제는 생존을 걱정한다. 일본 상황도 다르지 않다. 반도체 등 핵심 밸류체인을 공유하고 저성장·고령화라는 난제를 함께 안고 있는 두 나라. 한일 경제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불확실성 시대에 생존을 위한 새로운 모델로 거론된다. 그 가능성을 짚어본다.

일본 도쿄에서 여행용 캐리어를 든 사람들이 도로를 건너고 있다./사진=(도쿄 AFP=뉴스1)

일본 도쿄에서 여행용 캐리어를 든 사람들이 도로를 건너고 있다./사진=(도쿄 AFP=뉴스1)


"EU(유럽연합)의 '솅겐조약'처럼 여권 없는 왕래를 통해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2025년 12월8일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

'한일 경제연대' 구상을 설파해온 최 회장이 '한일판 솅겐조약' 카드를 다시 꺼냈다. 한국과 일본을 여권이나 비자 없이 오가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모델은 EU의 솅겐조약이다. 1985년 첫 체결(1995년 발효)된 솅겐조약은 EU 회원국 간 국경을 지날 때 비자나 여권 등 국경 검문 없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한 국경 개방 조약이다.

최 회장의 논리는 명확하다. 국경 장벽을 없애면 두 나라를 묶는 외국인 관광 프로그램이 활성화된다. 양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된다는 주장이다.

현실은 다르다. 현재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이웃나라인 한국을 함께 여행하려면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수수료 1만원을 내고 K-ETA(전자여행허가제도) 승인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일판 솅겐조약이 체결되면 달라진다. 국내선을 이용한 것과 같이 별도의 여권이나 비자 등 별도의 서류는 물론 입출국 심사 없이 두 나라를 오갈 수 있다.

한일판 솅겐조약 필요성이 제기된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재계는 한일 수교 60주년 관계 발전 방안 마련 과정에서도 정부에 한일판 솅겐조약 아이디어를 건의했다. 최 회장이 "함께 관광프로그램을 만들면 시너지가 날 것이란 게 2~3년전 나왔던 이야기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것은 곱씹어보고 숙제로 삼아야 한다"고 한 배경이다.

한일판 솅겐조약은 외국인 관광활성화 외에 양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카드다. 양국 기업인의 왕래가 편해져 기업 간 협업 등이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실익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우선 국회 비준이다.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일판 솅겐조약 체결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경 개방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일 수 있다. 22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이 188석을 차지한 여대야소 형국이다.

한일판 솅겐조약 필요성이 제기된 2024년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이었던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한일판 솅겐조약은 밀실에서 논의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처리할 일이 아니다"며 "(EU 솅겐조약은) 전후 독일이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사죄, 실효적 조치 등이 전제됐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과거사 문제가 여전히 놓여있고 이 문제를 그동안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선 국회 비준 없이도 조약 체결이 가능하단 의견도 나온다. 실제 '조약 체결을 위한 국내절차'에 따르면 국회 동의는 '필요시'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필요시는 헌법상 제60조 1항에 해당하는 조약으로 △상호 원조 또는 안전보장조약 △중요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 등이 대상이다. 하지만 국경 개방은 주권 및 입법 사항과 직결될 소지가 크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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