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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격에 이 메뉴?”…점심 한 끼 1만원 넘자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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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격에 이 메뉴?”…점심 한 끼 1만원 넘자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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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의 역설…“‘비싸진 한 끼’ 속에서 햄버거만 버텼다”
고물가가 일상화되면서 서민들의 외식 선택지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외식 시장에서는 이미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게티이미지

외식 시장에서는 이미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게티이미지


냉면 한 그릇 가격이 1만5000원을 넘고, 국밥·칼국수마저 1만원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의외의 메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바로 햄버거다.

◆점포 늘지 않았는데 매출은 뛰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프랜차이즈의 대표 햄버거 세트 가격은 여전히 7300~740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서울 평균 냉면 가격과 비교하면 햄버거 세트를 먹고도 5000원가량이 남는다. 고물가 국면에서 보기 드문 ‘체감 가격 역전’ 현상이다.

통계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2024년 기준 피자·햄버거 업종 가맹점 수는 1만8241개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1.2%에 그쳤다.


출점은 사실상 정체됐지만, 점포당 평균 매출은 3억6300만원으로 1년 새 7.9%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압축 성장’으로 해석한다. 외형 확장 없이 기존 점포의 회전율과 매출 밀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고물가 환경에서 소비가 특정 업종으로 집중되며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맘스터치, KFC 등 전국구 브랜드 햄버거가 고물가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표준화된 원가 구조 △글로벌 식자재 소싱 △단순한 메뉴 구성 덕분에 인건비·원재료 가격 상승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크다.

◆‘1만원 심리선’이 만든 소비 이동…햄버거 경쟁력은 ‘가격 방어력’


대표 메뉴 단품 가격은 3000~9000원대, 세트 메뉴도 대부분 1만원을 넘지 않는다. 같은 패스트푸드로 분류되는 치킨(2만~3만원), 피자(3만~4만원)와 비교하면 가격 부담은 확연히 낮다.

외식 물가 전반이 오르는 상황에서 이 ‘가격 방어력’이 소비자의 선택을 빠르게 끌어당겼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햄버거의 약진을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닌 소비 심리의 변화로 본다.

외식 메뉴를 선택할 때 1만원을 기준으로 한 ‘심리적 저항선’이 작동하고 있다. 이를 넘는 순간 소비자는 대안을 찾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햄버거의 약진은 고물가가 시장 질서를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게티이미지

햄버거의 약진은 고물가가 시장 질서를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게티이미지


국밥이나 칼국수는 더 이상 ‘저렴한 한 끼’라는 인식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햄버거가 대체하고 있다.

특히 점심시간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직장인 수요가 오피스 상권에서 햄버거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물가가 만든 외식 시장 재편…전략은 확장보다 ‘밀도’

프랜차이즈 업계의 전략 역시 달라졌다. 무리한 점포 확대보다는 기존 매장의 회전율을 높이고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메뉴 혁신 △셰프 협업 △한정판 제품 등으로 소비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햄버거는 혼밥, 포장, 배달까지 모두 대응 가능한 메뉴라는 점에서 소비 환경 변화에도 유연하다. 외식과 간편식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햄버거의 활용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흐름을 일시적 유행으로 보지 않는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가 ‘가성비 외식’으로 수렴되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라는 것이다.

가격, 속도, 품질의 예측 가능성이 모두 맞아떨어진 메뉴가 선택받는 환경에서 햄버거는 드물게 조건을 충족한 사례로 평가된다.

외식 시장에서는 이미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가격 인상 여력이 제한된 업종은 수익성 압박에 직면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 방어력이 강한 업종은 소비 집중 효과를 누리고 있다.

햄버거의 약진은 고물가가 시장 질서를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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