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 후 사실혼 관계로 함께 살던 아내가 남편의 수감 기간 중 아파트 명의를 넘겨받은 뒤 집을 처분하고 잠적했다면, 사실혼 인정 여부와 재산분할·사해행위 취소 소송 가능성이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법률 조언이 나왔다.
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남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아내와 사별한 뒤 아들과 지내던 중 이혼 후 딸을 홀로 키우던 여성을 만났다. 두 사람은 혼인신고는 하지 않기로 하고 함께 살림을 차리면서, A씨 소유의 5억원 상당 아파트에서 네 식구가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A씨는 재혼 2년 만에 사기 사건에 휘말려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수감 중에도 아내와 아이들이 면회나 편지를 보내오며 관계는 이어지는 듯 보였다. 복역 기간 동안 아이들은 모두 성인이 됐다.
출소한 A씨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들은 군 복무 중이라 A씨의 출소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이후 수소문하던 A씨는 자신이 수감된 사이, 아파트 관리 등을 이유로 아내에게 등기 명의를 이전해줬는데 아내가 시세가 오른 틈을 타 집을 팔아 매도대금 8억원을 챙겼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A씨는 방송에서 “그 돈으로 다른 아파트를 사서 살고 있더라. 그런데 그 아파트는 아내 명의도 아니었다”며 “아내는 결혼이 아니라 동거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재혼 당시 내 소유였던 아파트를 되찾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상담에 나선 임경미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두 사람이 단순 동거가 아니라 “혼인 의사를 가지고 함께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수감 기간이 길어 다툼이 생길 수는 있지만, 아내와 딸이 꾸준히 면회를 온 사실 등은 사실혼 관계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혼인 전 A씨 명의였던 아파트를 일시적으로 배우자 명의로 이전했다고 해서 곧바로 상대방의 단독 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사실혼 관계가 해소될 경우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재산분할의 기준은 최초 취득가가 아니라 처분 당시 금액, 즉 매도대금 8억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재혼 당시 아내가 별도로 마련해온 것이 없다면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는 유지·관리 정도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A씨의 기여도가 더 크게 인정돼 아내 몫은 절반 이하로 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A씨가 취할 수 있는 절차로는 ‘사해행위 취소 소송’도 거론됐다. 임 변호사는 “아내의 매매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매수자가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임을 알았어야 한다는 요건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인애 기자 l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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