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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하게? 이 바닥 좁은 거 알지"···'힘센 상사'가 재취업 막아도 처벌은 고작

서울경제 임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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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하게? 이 바닥 좁은 거 알지"···'힘센 상사'가 재취업 막아도 처벌은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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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근로기준법상 취업 방해 행위가 적발돼도 실제로 형사 책임까지 이어진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상사나 사용자 등이 재취업을 막았다는 신고가 잇따랐지만 대부분은 처벌 없이 종결됐다.

직장갑질119는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취업 방해 신고 1143건 가운데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63건에 불과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송치율은 5.5%에 그쳤다.

나머지 사건들은 기타 종결이 45%로 가장 많았고 위반 없음 28.8%, 불기소 19.6% 순으로 처리됐다. 신고가 접수돼도 범죄 성립을 인정받기까지의 문턱이 높다는 의미다.

취업 방해는 은밀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갑질119는 입사 수개월이 지난 뒤 다시 평판 조회를 하겠다며 이전 직장에 연락하는 행위,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향후 평판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성 발언 등 다양한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관행 속에서 피해자들이 문제 제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불리한 평판 조회를 우려해 침묵을 선택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가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4%가 평판 조회를 걱정해 비리나 부당한 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취업자의 정보를 공유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이나 비리를 신고한 노동자를 채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관행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바닥 좁으니 조심하라’는 식의 협박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불거진 정치권 논란도 언급됐다. 직장갑질119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전직 보좌관의 재취업 직장을 찾아가 해고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거론하며 취업 방해가 개인의 생계와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는 취업 방해가 구조적으로 은폐되고 입증이 어렵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처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임혜린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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