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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우려에 전력 쥐어짜는 美···정치권도 "데이터센터 건설 늦춰야"

서울경제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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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우려에 전력 쥐어짜는 美···정치권도 "데이터센터 건설 늦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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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AI發 전력난 초비상
전력 인프라 확보에 사활 걸었지만
주거용 전기요금 1년새 6.5% 폭등
11월 중간선거 앞 핵심 쟁점 부상
인공지능(AI)발 데이터센터 폭증으로 전력난이 심화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만 미시간·인디애나·워싱턴 등 5곳의 노후 화력발전소 폐쇄를 막았다. 5년 전 가동을 멈춘 원자력발전소를 다시 돌리는 등 전력 인프라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장 전력 수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 구동을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이 급증하면서 기존 전력망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수명이 다 된 화력발전소까지 돌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정부는 폐쇄 예정인 노후 화력발전소를 잇따라 재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 폐쇄 예정이었던 콜로라도주 크레이그 발전소 1호기의 가동을 올 3월 말까지 연장하도록 지시했고 지난해 8월에는 미시간주에 위치한 JH 캠벨 석탄화력발전소도 연장 조치했다. 문제는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한 데다 유지 비용도 많다는 점이다. 노후 화력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면 하루 운영비만 수백만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스란히 주민들의 청구서로 전가되는 것이다. 시민단체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2028년까지 폐쇄 예정인 미국 내 모든 화력발전소를 계속 가동할 경우 미 납세자들은 연간 60억 달러(8조 3844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더 내게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전력난에 화력발전소가 폐쇄 계획을 자진 철회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 피스크 발전소 경영진은 올해로 예정됐던 발전소 폐쇄 계획을 철회하고 추가 운영을 결정했다. 시설 노후화로 전력 수요가 급등할 때만 임시로 돌리는 ‘피커’ 발전소였으나 AI 관련 전력 사용량이 치솟자 8기 모두 재가동을 결정했다. 로이터가 미국 인구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북동부 13개 주의 전력망을 운영하는 PJM인터커넥션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폐쇄 예정이었던 석유·가스·석탄발전소 23곳 중 13개의 폐쇄가 지연 또는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력 공급 조건이 좋은 부지를 선점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실현 가능성 낮은 계획안으로 전력 사용을 신청하는 ‘알박기 투자’까지 횡행하고 있다. 모니터링 애널리틱스는 최근 몇 년간 데이터센터로 발생한 전력 용량 확보 비용이 230억 달러에 달하며 이것이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주거용 전기요금은 올 8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평균 6.1% 뛰었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버지니아주에서는 13%가 올랐으며 일리노이주도 15.8%나 상승했다. 심지어 워싱턴 DC는 33.3%나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전력난과 요금 인상이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표심을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간 ‘전기 격차(electron gap)’는 미국 당국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과 AI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압도적인 전력 인프라와 저렴한 전기료를 앞세워 전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중국이 약 400GW의 여유 전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이 시기 전 세계 데이터센터 예상 전력 수요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표 진보 인사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최근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을 늦춰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건설 중단(모라토리엄)을 촉구했다. 보수 강경파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지역사회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 ‘AI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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